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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행정·집단 이기주의’ 문닫는 학교

2009-09-22기사 편집 2009-09-21 06:00:00

대전일보 > 사회 >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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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폐교 대전 봉산동 보덕초에 무슨 일이…

수십억원을 들여 지은 도심속 초등학교가 개교한 지 10년 만에 문을 닫는다.

교육당국의 근시안적인 행정과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가 낳은 비극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교육위원회의 의결에 이어 지난 18일 대전시의회에서 폐교안이 최종 가결됨에 따라 2010년 2월28일자로 대전시 유성구 봉산동에 자리잡은 보덕초등학교를 폐교한다고 21일 밝혔다.

보덕초 폐교는 지난 7월 시교육청이 폐지안을 입법예고한 뒤 2개월여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시교육청은 “보덕초가 인접지역의 공동주택 입주를 계기로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해 학생들의 정상적인 교육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돼 폐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덕초의 폐교 이면에는 대전의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시교육청은 “봉산동 일대의 교육수요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1998년 37개 학급으로 보덕초를 개교했다. 보덕초 개교를 위해 투입된 돈은 부지매입비 19억원과 건물신축비 34억원 등 무려 53억원에 달한다. 보덕초는 시청각실·강당 등 다른 학교에 뒤지지 않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2005년에는 재학생이 1501명(39학급)에 달할 정도로 큰 학교였다.

그러나 단독주택 밀집지인 학교 인근에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보덕초의 운명은 바뀌기 시작했다.

시교육청은 “인근 송강택지개발 사업에 따른 교육수요를 맞춘다”는 이유로 불과 1㎞ 떨어진 곳에 두리초등학교를 개교했다. 아파트지역 학부모들은 보덕초보다 두리초를 선호했다. 학부모들은 “두리초로 다니게 해주지 않을 경우 등교 거부도 불사하겠다”며 시교육청을 압박했고, 보덕초는 재학생 188명(10학급)의 소규모 학교로 전락했다. 반면 인근의 두리초는 1800여명(50학급)에 달하는 과밀학교가 됐다.

시교육청에서는 민원이 잇따르고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 대전시의회의 심의 과정에서 시의원들은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교육행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또 적극적인 대처 없이 학부모들의 요구에 보덕초 학생들 1000여명을 두리초 옮기게 해 결국 보덕초가 폐교하게 된 것“이라며 시교육청을 질타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대화를 통해 통·폐합이 진정 학생들을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학부모들에게 설득시켜 통·폐합 추진 과정에 우려되는 학습분위기 저하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며 “폐교 시설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활용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수영 기자 swimk@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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