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대의 명시인 소동파가 ‘죽음과도 맞바꿀만한 가치가 있다’고 극찬한 복어요리. 복은 독을 갖고 있어 잘못 먹으면 죽을 수도 있지만, 그 맛과 질감은 사람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그 치명적인 맛의 유혹에 도전하도록 만든다.

대전시 서구 만년동 ‘왕림복집’은 가격거품은 쏙 빼고 한층 업그레이드 된 맛과 서비스로 이미 대전의 복요리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이집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복사시미, 복수육, 복찜, 복튀김, 복불고기 그리고 생복지리로 이어지는 코스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 여기에다 탕 한 그릇을 먹더라도 꼭 격식을 갖춰 나오는 버섯전, 가지무침, 무말랭이, 나물 그리고 연한 열무만을 골라 정성스레 담근 열무김치 등 정갈하고 맛깔스런 전통식 상차림도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힘든 큰 장점이다.

복어의 다양한 맛을 자랑하는 코스요리의 첫 맛을 장식하는 것은 바로 복껍질무침. 새콤달콤한 소스와 어울린 ‘쫄깃쫄깃’ 복껍질과 향긋한 미나리가 단번에 입맛을 사로잡는다. 큼직하고 두툼한 살에 튀김옷을 입혀 갓 튀겨낸 복튀김은 두 번째 맛. 고추냉이 간장소스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바스락’ 소리와 함께 담백하고 고소한 복어의 부드러운 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든다. 그 어떤 튀김보다도 부드럽고 고소한 맛 때문에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여기에 일명 `밥도둑`으로 불리는 전남 영광 법성포에서 직접 공수해온 영광굴비도 올려지는데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복 특유의 쫄깃하고 부드러운 육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복수육은 이집만의 자랑. 다른 가게들과는 다르게 고소한 누룽지를 함께 넣어 요리한다. 마치 복누룽지탕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고소한 누룽지가 복의 맛을 더욱 부드럽고 감칠맛 나게 해준다. 또 목이버섯, 검정깨 등으로 건강메뉴의 정점을 찍는다. 탱탱한 복어살이 입 안에서 씹는 즐거움을 준다.

복찜은 두툼한 복어살과 이집만의 특제소스로 버무린 콩나물, 미나리, 대파 등 갖은 야채가 어우러져 나오는데, 숨이 갓 죽은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부드러운 복어살이 입안에서 매콤하게 섞이면서 환상적인 맛을 연출한다. 특히 젓가락을 놓지 못하게 하는 소스의 매력과 야채 사이사이 배인 신선한 복어의 향이 정신을 아뜩하게 한다. 같이 소주 한 잔 곁들이면 아주 그만.

마지막으로 나오는 지리는 복어뼈와 야채로 푹 우려낸 진한 육수에 다시 신선한 복어, 미나리, 콩나물 등을 넣고 끓여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 ‘뜨끈뜨끈’ 진한 국물 한 대접을 들이키고 나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서 속이 확 풀린다. 끓이면 끓일수록 진하게 우러나는 개운한 국물이 복어요리의 대미를 장식한다. 복집에선 빠질 수 없는 메뉴 ‘생선회의 최고봉’, 얇게 저민 복어회의 은은한 향과 눈 녹듯 사르르 입안을 적시는 속살의 맛도 함께 음미해보길. 하나더, 직장인들을 위해 이달말까지 활복지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번 주말 가족들과 함께 몸을 개운하게 풀어주고 머리까지 맑게 해주는 복어의 매력에 빠져보는건 어떨까.

▲직장인을 위한 코스요리 A세트 4만원 B세트 3만원 C세트 2만원 ▲영광굴비+생복지리 2만원 ▲복튀김 2만5000원

▲점심특선 생복지리 1만5000원 복해장국 5000원. ☎042(486)2393. 글 조남형 기자 cuba1024@daejonilbo.com 사진 신호철 기자 100석 전용주차장

우리집 자랑

“비싼음식으로만 여겨졌던 복어, 이제부턴 부담 없는 가격에 색다르고 다양한 맛의 진가를 확인하세요.”

‘왕림복집’에 들어서면 주인 강형자씨의 환한 미소와 함께 단아하고 심플한 분위기가 적절히 어울려 잔잔하게 드리워진 편안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 하는 것 못지않게 음식을 먹는 자리도 중요하다”는 복집운영만 14년 경력의 강씨의 말처럼 손님들이 항상 즐겁운 기분에서 음식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적게는 4명, 많게는 1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룸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외식이나 직장 회식 등 어떤 모임이든 편안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다. 맛, 친절, 분위기, 가격까지 네 박자를 고루 갖춘 ‘왕림복집’, 이집을 찾으면 그 정갈함과 정성에 언제나 귀한 대접을 받은 듯 흐뭇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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