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도 1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금번 금융위기는 아시아 일부 지역에 국한되었던 1997년 금융위기와 차원이 다르게 세계 각국 경제에 파급되면서 신용경색, 수출둔화 등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둔화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경제도 예외는 아니어서 2008년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5.1%까지 하락하였다.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한국정부는 비상경제정부 체제를 구축하는 등 과감하고 신속한 대책을 추진하여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랜드마크인 AIG 건물을 한국기업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이 매입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블룸버그, FT 등 세계적인 경제 전문지들은 1998년 외환위기 조기 극복의 경험을 살려 한국이 가장 잘 대처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금년 2분기 2.3% 성장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IMF, OECD 등 국제기구들도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당초보다 상향 조정하였다. IMF는 금년도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4월보다 1%p 상향 조정하였으며, OECD도 한국경제가 1/4분기 확장적 정책의 영향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2011-2017년 성장률을 4.9%로 예측하였다. 이런 예측치는 OECD 회원국 중에서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우리나라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무디스는 서울에서 여는 연례 투자자 콘퍼런스에 앞서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지원하고, 적정한 재정확대 정책을 펼친 결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관련한 펀더멘털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이전으로 되돌아왔고 한국은 금융위기 기간 내내 안정적 등급 전망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우리 경제의 조기 회복 성과는 정부의 발 빠른 선제적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실시한 GDP의 6.9%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지원과 예산의 조기 집행(6월 말 현재 167.1조 원)이 즉각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이다. 또한 2008년 9월의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통화스와프 등 총 520억 달러의 자금 공급에 따른 외화 유동성 증가는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효과적이었다.

특히 대규모 공공부문 투자에 힘입어 산업생산이 3월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설비투자 감소폭도 크게 줄어들고 있어 실물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년도 2/4분기에는 1/4분기에 이어 전기 대비 2% 내외의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더욱이 경상수지 흑자 증가, 외환 확충 등의 영향으로 인해 환율이 안정되고 있고, 시중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 동시에 주식시장이 연중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이상 징후를 언급하며 위기 대응책 이후 유동성 급증에 대비한 일부 시중 자금 회수를 의미하는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최근의 장밋빛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높지 않다는 분석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불황형 흑자’에 따른 제한적 고용 창출 효과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중앙정부의 정책 효과가 일부 지역의 고용사정 개선과 소비 확대에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정부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일부에서 제기되는 출구전략을 실시할 경우, 체감경기가 높지 않은 지방의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들의 상황을 더욱 면밀히 파악하여 선별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통해 금융개혁을 연내 마무리 짓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뉴욕 월스트리트 중심가에 있는 페더럴홀에서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러더스 파산 1주년을 맞아 가진 연설에서 “더 이상 무모한 투자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오바마의 연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수중<공주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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