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 1동 자원봉사협의회는 ‘수상한 모임(?)’이다. 남의 일에 참견 않고, 각자 알아서 사는게 편한 세상에서 오지랖 넓게도 서로 봉사하려고 안달난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원수는 철저하게 20명 안팎으로 제한돼 있다.

그래서 가양 1동 자원봉사협의회원들은 어깨 춤이 절로 난다.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의 힘이 되고 있다는 기쁨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회원이 됐다는 자부심이 크다.

전우삼 회장(동구 자원봉사협의회 부회장)은 “다른 동은 자원봉사 인원 구성도 못해서 쩔쩔 매지만 우리 마을은 서로 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친다”며 “각박한 세상이니 저 밖에 모른다는 말은 우리 가양 1동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회원이 되겠다며 대기자를 자처하는 사람도 많단다.

가양 1동을 든든히 떠 받들고 있는 자원봉사협의회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까. 여름 방충망 설치, 도배, 청소, 경로잔치, 김장나누기 등 나눔을 위한 일이면 어김없이 이들이 있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TV나 냉장고, 신문을 넣어주는 일도 도맡아 한다. 각종 장학사업과 첫째주·셋째주 수요일 밑반찬 나누기 사업도 하고 있다.

이들은 독거 노인이나 불우이웃과 함께 봄, 가을 나들이를 떠나는게 마냥 즐거운 사람들이다. 아무런 댓가 없이 내 몸을 불사르는게 자원봉사라고 철썩같이 믿는 사람들이다. 남의 주머니 돈은 귀하지만 내 쌈지 돈은 아깝지 않은 사람들이다.

동을 떠나 나라의 대소사에도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충남 태안 기름유출사고 때나 강원도 수해 등에 어김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마을의 자랑이자 대전의 얼굴이 돼 버린 ‘충·효·예 교실’도 가양 1동 자원봉사협의회의 작품이다.

서영란 부회장은 “젊은 사람들은 각자 직장에 다니느라 참가하지 못하고, 주로 40대에서 60대가 참여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한결같다”며 “회원 대부분이 20-30년 동안 가양 1동에서 살아온 토박이들인 것도 잘 뭉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가양 1동 자원봉사협의회의 유별난 단합은 마을 대소사에서 금방 눈에 띈다. 경로잔치를 위해 160만원의 비용을 모금하는데 단 이틀이면 충분할 정도다. 저녁에 마을길 평상에서 함께 수박을 쪼개 먹는 게 당연할 정도로 끈끈한 화합이야 말로 협회는 물론 가양 1동의 자랑이다.

덕분에 갓 이사온 사람들도 가입하고 싶은 단체로 소문났다.

박선혜씨는 “1년전에 이사왔는데 함께 마을 일을 찾아 돕는 사이 10년은 한동네에 산 것처럼 친근하다”며 “10년 넘게 백혈병을 앓으면서도 이웃을 돕고 다른 환자들의 말벗과 가사일을 도와 온 김영숙씨 같은 분들이 있는 곳이 바로 우리 협회”라고 활짝 웃는다.

김영숙씨는 “나보다는 이영숙씨가 더 훌륭하다”며 “서른 살 무렵에 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한 쪽 손을 잃었지만 의수를 한 채 남을 돕는 삶을 수십년간 해온 분”이라고 공을 돌린다.

이영숙씨가 “우리 모임의 최고령자(70세)면서도 노인 간호를 위해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는 노임순씨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고 하자 노임순씨는 곧바로 “노래 봉사에 적극적인 여내순씨가 있어서 힘든 줄을 몰라. 노래교실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5년째 요양시설에서 뽐내는가 하면 평소에도 반짝이 의상으로 우리 회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고 칭찬을 돌린다.

여내순씨도 “주민자치위원장인 류봉기씨의 섹소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예요”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여씨는 또 “심성만 총무님은 새힘교회 목사님이면서 지역아동센터를 11년째 운영하고 있어요”라며 “20여명의 아이들을 위한 도시락지원과 어르신 식사 대접도 도맡아 하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늘 그렇듯 어느새 ‘릴레이 칭찬’이 모두에게 이어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일상다반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도움의 원천이다.

권성하 기자 nis-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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