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인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진지한 눈빛으로 유학보내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요새 아이들이란”하고 지나치기에는 아이의 눈빛이 너무 진지했기에 이유를 물어보니 “여긴 재미 없잖아”라는 대답을 하더란다.

지인은 그런 생각으로 무슨 유학을 가냐며 딸아이를 꾸짖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의 생각은 다르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재미있는 교육을 찾아간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고 적절한 이유가 있을까? 유학을 준비하는 중고생이나 학부모가 무엇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봤다.

대부분 제일 먼저 유학원을 찾아 좋은 학교, 저렴한 학교를 추천 받으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정작 중요한 단계인 자녀와의 대화는 별로 없다.

유학을 가는 것은 부모가 아닌 자녀다. 자녀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자녀가 올바른 기대와 정보를 가지고 유학을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의논과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심사숙고 끝에 유학을 결정했다면 다음은 어떤 유학을 선택할 것인지를 찾아봐야 한다.

자녀의 장래 계획, 현재 학업·언어 실력과 성향, 부모의 재정적인 능력 등이 고려된다. 많은 비용이 드는 사립보딩스쿨 (기숙사 학교), 저렴하지만 엄격한 규칙이 요구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 아이비 리그 명문대 입시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 특목고 과정, 어학 실력 향상에 중점을 둔 연수과정 등 다양한 유학이 있다.

2년 전 쯤 교환학생으로 유학을 떠난 K학생의 사례를 들어보자. 초등학교 때부터 특목고 입시를 준비했던 K는 민사고 진학 실패가 큰 충격이었다. 실패 원인을 영어라고 판단한 K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 미네소타주로 유학을 떠났다. 단 6개월 동안 미국문화에 푹 빠진 K는 남들이 유학 5년 동안에도 얻지 못할 뛰어난 영어실력을 갖추게 됐고, 저렴한 학비와 높은 학업수준을 자랑하는 미국 명문 사립고 입학에 성공했다. 물론 11학년으로 전학해 2년만에 고교 생활을 마무리했다. K는 올해 전액 장학금을 주는 미국 동부지역 명문대에 입학했다.

짧은 시간에 최고의 결과를 낸 비결은 뭘까? 바로 학생 자신이 간절히 원한 유학이었고, 자신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철저한 계획을 세웠고,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학생의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생을 믿고 격려한 부모의 올바른 관심과 사랑도 원동력이다.

어린 자녀를 멀리 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신중한 선택과 철저한 계획, 올바른 프로그램 선택으로 자녀의 유학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자. 정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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