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장래 위한 과학인재 육성…날개없는 천사들 아낌없는 실천

김병호 회장과 부인 김삼열 여사
김병호 회장과 부인 김삼열 여사
“돈이라는 것은 귀신이 잘 붙고, 노여움도 잘 타 올바른 곳에 써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화를 입죠.”

지난해 국내 기부사상 최고 액수인 578억원 상당 재산을 대전에 있는 KAIST에 기탁한 국내 한의학계 원로인 류근철 박사(83)가 평생 간직해온 삶의 지론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기부문화가 익숙치않다. 선진국과 달리 기부 문화가 여전히 생소하고 인색하지만 KAIST에서는 지난 2006년 7월 서남표 총장이 부임한 이후 기부 열풍이 불고 있다. ‘서남표식 개혁’으로 대표되는 그의 리더십과 세계 최고 이공계 대학을 향한 비전에 매료되면서 ‘기부천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 총장 본인도 인촌상 수상금 1억원을 비롯한 각종 강연료 등을 학교발전기금으로 내놓으면서 솔선수범하고 있다.

이런 열풍으로 인해 특구 안팎에서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기부 액수가 워낙 크다보니 1-200만원이나 1-20만원은 명함도 못내밀고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지난 몇년동안 KAIST에 기부한 소액 기부금 현황을 살펴보면 역시 ‘기우(杞憂)’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난 2005년 398건을 시작으로 2006년 566건, 2007년 2072건, 2008년 2340건 등으로 매년 상승추세다.

KAIST의 고액 기부열풍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최고의 1세대 벤처기업가로 명성을 날렸던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300억원을 기부하면서 촉발됐다. KAIST는 ‘정문술 빌딩’을 짓고 융합연구를 위한 바이오 및 뇌공학과를 만들었다.

이후 지난 2007년에는 재미사업가 박병준 회장(75)이 교포 기부금 중 역대 최고액수인 1000만 달러를 쾌척했고, 미국의 닐 파팔라도 메디텍社 회장은 미국인으로서 처음으로 국내 대학에 25만 달러(한화 25억원)를 KAIST에 기부했다.

지난해 8월에는 대한민국을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밝힌 우리나라 한의학 박사 1호 류근철 박사가 578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8월 12일에는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 회장(68)과 부인 김삼열 여사가 한국의 과학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향상시켜달라며 300억원을 기부했다. 김 회장 부부는 오래전부터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않기로 결심하고, 국가 장래를 위해 과학기술에 투자하기로 해 감동을 안겨줬다.

기부왕 류근철 박사는 기부와 관련, “충남 천안에서 3,1운동 당시 일본군의 고문으로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해지셨고, 어머니는 정신분열증을 앓으면서 고향에서 쫓겨나다시피했지만 어머니께서는 항상 불쌍한 사람들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우리를 굶기더라도 밥을 챙겨주셨다. 어린시절 어머니의 착한 심정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해야 겠다고 굳게 다짐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재산이 200억원을 넘자 고민이 생겼다. 이 돈은 내돈이 아닌데. 잠시 갈 곳을 찾을 때까지 내게 맡겨진 것 뿐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구촌 인구 백만명에서 천만명에 달하는 사람을 벌여 먹일 수 있는 ‘국립과학사관학교’인 카이스트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8평 짜리 게스트 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류 박사는 “주변에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은데 죽을 때가 되면 셋방을 전전하거나 쫓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픈 사람도 많다”며 “기부한 뒤 나는 잠도 잘자고 건강도 좋아졌다. 비록 지금 조그만 방에서 살고 있지만 방에 누우면 ‘세계가 보인다’. 마음을 크게 열고 자기가 가진 것을 큰 쪽으로 쓰면 정말 기쁘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정재필 기자 jpscoop@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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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철 박사
류근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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