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겨울연가’ 이른바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우리나라를 드라마 왕국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최근 ‘불륜과 패륜의 백화점’이라 일컬어지는 이른바 ‘막장드라마’가 범람하는 것을 보며 과연 드라마 왕국의 자존심을 지켜갈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막장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이혼, 가정불화, 폭력, 패륜 등은 케이블TV에서 자주 다루던 소재였다. 그러나 최근 지상파에서도 점점 더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률 경쟁을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기업과 기업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드라마에 등장하는 기업과 기업가는 악인으로 그려진다. 목적을 위해서 타인을 희생시키거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는 위법행위까지 저지르는 것으로 묘사된다. 기업을 정경유착의 비리집단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하고, 재벌 2세를 향락만을 탐닉하는 무능력자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드라마가 은연중에 반기업정서를 조장하는 것이다. 사실 기업가는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하고, 치밀하고 헌신적인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드라마에서는 보이지 않는 땀과 노력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업가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고집행에 있어 광고효과가 최우선이지만, 최근 미풍양속에 반하는 드라마, 반교육적인 드라마 등에 광고를 하는 것은 신중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이미지를 고려해 프로그램의 성격이 자사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고 판단할 때에는 광고를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코카콜라의 경우는 12세(국외). 13세(국내) 이하 어린이가 시청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프로그램에는 자발적으로 광고를 하지 않는다. 또한 TV 뉴스시간대에 광고를 자제한다. 코카콜라는 경쾌하고 유쾌한 제품인데 보통 뉴스 프로그램에는 나쁜 내용이 있어 코카콜라에 대한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P&G 또한 정치, 사회적 논란의 소지가 있거나 전쟁, 폭력, 선정적인 기사가 미디어에 보도될 시에는 사전 통지를 요구하고 있고, 자사의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광고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할 시에는 광고를 중단하기도 한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상황이 광고물의 내용과는 별개로 그 광고물의 효과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연구들은 마케터들이 자사 제품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광고를 내보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 기업은 기본적으로 윤리경영을 원칙으로 하며,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여러 사회공헌활동을 비롯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기업이미지 제고는 물론 제품의 브랜드나 CEO의 평판 관리 차원에서도 광고집행에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 드라마 콘텐츠의 해외 수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요즘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드라마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유익하고 좋은 프로그램 제작과 광고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광고주협회 상근부회장·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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