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충남도교육감

“자녀를 엄하게 가르치는 것은 아버지의 자비이며, 자녀가 아버지의 엄격함을 오해하지 않도록 깨우쳐 주는 것이 어머니의 자비이다. 자녀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제멋대로 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 있는 의지력을 갖게 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이 두 가지이다.”(본문 중에서)

이 책은 자녀가 사랑과 배려, 포용과 자긍심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부모라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명문가들의 자녀교육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가풍에 담긴 원칙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는 것이다.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종가에는 지식보다는 처신이 중요하다는 가정교육의 전통이 있었다. 그렇기에 나라가 망하자 전 재산을 처분하고 가문 전체가 간도로 망명해 독립운동으로 애국 안민하는 선비정신의 화신이 될 수 있었다.

‘격대(隔代)교육’이라는 명문가의 자녀교육 방법도 관심을 끈다. 이 생활교육 방법은 조부모가 손자손녀와 같이 생활하면서 가훈과 삶의 가치, 생활습관에 대해 가르치는 일상 속의 교육을 말한다. 격대교육은 퇴계 이황의 종가와 운악 이함의 종가에서 지금까지도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핵가족화한 지금 자녀교육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명문가의 자녀교육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 바로 끊임없는 책 읽기이다. 서애 유성룡 종가에서는 책 읽는 소리가 끊긴 적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 때문에 서애 이후 9대가 공직에 진출하는 명문가가 될 수 있었다. 다산 정약용은 황해도 곡산부사로 부임했을 때 두 아들을 위해 두 수레 가득 책을 싣고 와 직접 공부방을 꾸며 주고, 공부방의 이름을 ‘책의 향기와 묵의 맛이 나는 곳’이라는 의미의 ‘서향묵미각(書香墨味閣)’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자녀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석주 이상룡 종가의 경우 높은 관직을 한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활발한 학문적 활동과 온 가문의 독립운동 투신 같은 지행일치의 모습을 통해 자손들에게 강한 자긍심을 갖도록 했다. 또한 퇴계의 후손들도 집안의 어른이자 큰 학문적 스승인 퇴계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겠다는 의식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생활한다고 한다.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가르치려 했던 가풍을 유념해 보자. 또한 이들의 자녀교육방법을 실천해 본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더 성숙해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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