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면발+매콤한 양념+황태 환상 조화

함흥냉면

대전에 내로라 하는 냉면집은 많다. 맛으로도, 전통으로도 절대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중구 용두동 미르마을 뒤편에 위치한 ‘옛날본가 함흥냉면’이다.

주인 한삼진씨가 30년가량 서울의 유명호텔 주방장으로 일하다가 5년전 대전으로 내려와 정통 함흥냉면집을 개업해 쫄깃한 면발에 새콤 달콤한 양념, 오돌오돌 씹히는 황태의 특별한 맛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냉면은 함흥식과 평양식으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둘의 차이가 무엇일까? 바로 면이다.

평양냉면은 메밀로 면발을 만들고 쇠고기, 닭고기, 꿩고기를 고명으로 사용하며 육수나 동치미로 국물 맛을 낸다. 반면, 함흥냉면은 고구마전분을 사용해 면발이 가늘다. 또, 수산물을 고명으로 사용하며, 매운 비빔 양념장을 사용한 회냉면과 비빔냉면으로 유명하다.

‘함흥냉면=비빔냉면’, ‘물냉면=평양냉면’이라는 공식처럼 함흥냉면집인 이 집의 일품 맛은 역시 황태비빔냉면이다. 이 집 냉면의 맛은 면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고구마 전분만으로 손반죽을 한 뒤 기계로 얇게 면을 뽑아내어 찬물과 얼음물에 번갈아 씻어내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입 안에 넣는 순간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 냉면에 얹혀나오는 황태도 씹는 맛이 적당히 부드러워 한층 맛깔스럽다. 잘게 썬 황태살에 간강, 물엿, 마늘 등 10여가지의 재료를 곱게 갈아 넣고 3개월 정도 별도의 숙성고에서 냉장숙성을 거쳐 내놓는데 알싸하면서도 매콤한 맛은 쫄깃한 면발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이쯤에서 뜨거운 육수를 한 모금 마신다. 이집은 테이블마다 한 주전자씩 따끈한 육수를 주는데 여러 컵을 들이켜도 전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한우 잡뼈와 양지살을 넣고 12시간아상 푹 고아내는데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이렇게 육수를 맛있게 끓여내는 이집의 물냉면 또한 일품, 삶은 계란 반쪽과 오이채와 참깨가 그득하게 뿌려 나오는데 한입 가득 넣고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열무김치가 곁들여져 있어 겨자와 식초는 육수 맛을 본 뒤에 쳐도 늦지 않을 듯.

이집의 또 다른 인기메뉴는 돼지갈비. 양념갈비에 사용되는 다진 양념은 주인 한삼진씨의 노하우가 한껏 배어 있다. 배, 사과, 양파 등 15가지의 재료를 곱게 갈아 적당한 비율로 배합해 24시간정도 냉장숙성을 거쳐 내놓는데 고기의 선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히려 육질은 단단하게 잡아줘 맛이 더욱 좋다. 두께가 1센티미터는 될 정도로 두툼한 국내산 암퇘지의 갈빗살은 쳐다만 봐도 침이 ‘꼴깍’노릇노릇 구울수록 양념이 깊이 스며들어 고소한 향이 더욱 짙게 배어난다. 또 시원한 황태비빔냉면과 함께 싸서 먹는 양념갈비의 맛은 더욱 환상적. 매콤새콤달콤한 양념, 쫄깃한 면발과 고소하고 부드러운 갈빗살과 어울려 입안 가득 오묘한 맛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나 더, 지하철 서대전4거리역 5번출구에서도 5분거리에 위치해 교통도 매우 편하다.

▲황태비빔냉면 5000원 ▲회냉면 6000원 ▲돼지갈비(250g) 8000원 ▲점심특선 돌솥밥불고기정식 8000원 ▲홍탁 1만3000원 ☎042(257)4288. 글 조남형 기자 cuba1024@daejonilbo.com 사진 신호철 기자 canon@daejonilbo.com 70석. 전용 주차장.

<우리집 자랑>

함흥냉면의 맛은 30년 가량의 주방장 경력을 자랑하는 한삼진 사장의 손끝에서 나온다. 한 사장은 요즘도 매일 아침 주방에 들어가 냉면과 양념갈비 등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를 직접 챙긴다.

한 사장은 냉면은 결코 간단한 음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까다롭고 예민한 음식이라는 것. 아직도 반죽과 양념은 혼자서 한다. "반죽을 해서 뽑은후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에 얼마 동안 담겼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냉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기술이지요"

“음식은 그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정을 나누는 것”이라는 한씨의 말에 오랫동안 음식을 만들며 정을 베풀어온 깊은 철학이 배어있음을 저절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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