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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충청 - 우리 문화의 모태를 찾아서

2009-08-24기사 편집 2009-08-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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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애경 시인·공주영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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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도깨비 이야기에 매혹된 적이 있었다. 혹부리영감님의 혹을 떼어준 도깨비에서부터 농부에게 속아서 농부의 농사를 도와주었던 어수룩한 도깨비가 있는가 하면, 파란 도깨비불을 너울거리고 밤길 걷던 사람을 홀렸던 무서운 도깨비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자세하지 못하여, 호기심을 만족시키기엔 너무 감질이 났다.

그러다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들을 차례차례 보면서 일본의 귀신, 정령 이야기들이 역사적으로 자세하게 정리되어 온 것을 알게 되어 부러웠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출현하는 다종다양한 귀신들이라니! 물의 정령, 불의 정령, 하다못해 부뚜막의 검정먼지 귀신까지…. 우리나라에도 ‘삼국유사’를 비롯하여 김시습의 ‘금오신화’ 등의 판타지 성향의 고전작품들이 있지만, 뭔가 부족했다. 한국의 도깨비는, 한국의 귀신들은, 한국인의 신비로운 상상력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런데, 마침내 내가 원하던 책을 찾아냈다. 그것은 ‘한국인의 삶, 얼, 멋’이라는 부제가 달린 조자용 선생의 책, ‘우리문화의 모태를 찾아서’였다. 이 분은 색다른 인생을 살아온 분이었다. 1926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미국에 유학, 1953년에 하버드대학에서 구조공학을 전공한 엘리트 건축가·토목기사이면서, 도깨비와 까치호랑이에 홀려 에밀레 박물관을 열고, 속리산에 삼신사를 세워 한국의 얼을 학습하는 수련장을 세웠다. 그는 말한다.

“한국 사람의 멋을 알려면 한국 도깨비와 호랑이를 사귀어야 하고, 한반도의 신비를 깨달으려면 금강산과 백두산을 찾아야 하고, 동방군자 나라의 믿음을 살피려면 산신령님과 칠성님 곁으로 가야하고, 한국예술의 극치를 맛보려면 무당과 기생과 막걸리 술맛을 알아야 한다.”

엘리트로서의 기득권을 버리고 소외계층의 예술가들의 멋과 흥을 발견해내고, 유명 화가의 그림보다는 민화 까치호랑이의 가치를 찾아내고, 신라의 도깨비기와에서 일본 도깨비 중국 도깨비와 다른 한국 고유의 도깨비만의 표정을 찾아낸 조자용 선생의 모험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며, 마치 초등학생처럼 설레었다. 그렇게 설렌 것은 나만이 아니었던 모양이어서 이시형 박사의 전폭적인 추천사가 달려 있는 이 책은, 그러나 조자용 선생이 재야학자이기 때문이어서인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미스테리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한국의 상상력을 찾는 대모험, 여러분도 한번 참가해 보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단지 책 한 권만 읽으면 된다니 얼마나 간편한가! <양애경 시인·공주영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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