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 가시라고 매일매일 빕니다”

“부디 좋은 곳에 가셔서 편하게 쉬시길 빕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에는 고인을 떠나 보내는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하의도 주민 200여명은 이날 면사무소 앞 마당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영결식을 지켜보며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특히 주민들은 김 전 대통령이 서거 4개월 전 하의도를 방문할 당시를 떠올리며 북받치는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하늘도 주민들의 아픔을 아는 듯 영결식 내내 보슬비가 내렸다.

주민들은 김 전 대통령 서거 후 전국에서 몰려든 조문객들을 정성껏 맞으며 고인에 대한 마지막 정을 나눴다. 하지만 하루 1천여명에 달하는 추모객을 맞이하면서도 정작 고인을 잃었다는 사실은 실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조문객들의 식사를 담당해온 자원봉사자들 역시 이날은 고인과의 이별을 못내 아쉬워했다. 하의면 부녀회를 중심으로 한 자원봉사자들은 서거 후 김치나 고사리 나물 등을 각자 집에서 가져와 조문객들에게 대접해왔다.

자원봉사자들은 진도 씻김굿이 열린 22일 저녁에는 면사무소 마당까지 음식을 나르며 슬픔을 함께 나눴다. 이들은 또 씻김굿을 보기 위해 찾아온 500여명의 추모객들과 함께 ‘굿판’을 지켜보며 김 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간절히 기원했다.

이날 씻김굿은 무형문화재 고(故) 박병천 선생의 딸인 박미옥(48)씨의 주재로 3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춤과 노래, 전통가락이 어우러진 ‘굿판’으로 김 전 대통령의 영혼과 산사람들을 위로했다.

김거심(75) 할머니는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춤추고 기뻐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신다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부디 편하고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매일매일 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광주일보=조완남기자 wnch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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