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쉬소서…고귀한 뜻 잊지 않겠습니다” 눈물의 작별

23일 국회에서 열린 故 김대중 前대통령 국장 영결식에서 이명박 대통령 내외 등이 고인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 사진 왼쪽 다섯번째 부터 이희호 여사, 이명박 대통령 내외, 한승수 총리, 전두환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권양숙 여사. [연합뉴스]
23일 국회에서 열린 故 김대중 前대통령 국장 영결식에서 이명박 대통령 내외 등이 고인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 사진 왼쪽 다섯번째 부터 이희호 여사, 이명박 대통령 내외, 한승수 총리, 전두환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권양숙 여사. [연합뉴스]
민주화와 남북 평화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화해와 용서,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23일 길이 영면했다.

김 전 대통령 장례는 서거 엿새 만인 이날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국장(國葬)으로 치러졌다.

영결식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앞마당에서 부인 이희호 여사 등 유가족과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김영삼 전 대통령, 헌법기관장, 주한 외교사절, 각계 대표와 시민 등 역대 최대 규모인 30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영결식은 국민의례와 묵념, 고인의 약력보고에 이어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의 조사와 박영숙 전 평민당 의원의 추도사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한 총리는 조사에서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반목해 온 해묵은 앙금을 모두 털어내는 것이 우리 국민 모두의 참뜻일 것”이라며 “이제야말로 지역과 계층, 이념과 세대의 차이를 떠나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영숙 전 의원은 추도사에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마지막 말씀을 새기겠다”면서 “우리가 깨어 있으면 당신이 곁에 계실 것을 믿는다”고 애도했다.

영결식은 이어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진행된 뒤 생전영상 상영과 헌화, 분향, 추모공연에 이어 3군 의장대의 조총 발사로 마무리됐다.

영결식을 마친 뒤 운구 행렬은 여의도 민주당사 앞과 동교동 사저에 들른 뒤 광화문 세종로 네거리와 서울광장, 서울역을 거쳐 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

이희호 여사는 서울광장 추모식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단히 감사드린다”면서 “저희 남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와 국장기간 동안에 여러분이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 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제 남편은 일생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나는 고통을 겪었다. 많은 오해를 받으면서도 오로지 인권과 남북의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그 과정에서 권력의 회유와 압력도 있었으나 한번도 굴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제가 바라옵기는 남편이 평생 추구해 온 화해와 용서의 정신,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한다”면서 “이것이 남편의 유지”라고 강조했다.

이날 영결식장에서 동작동 국립묘지에 이르는 연도에는 수십만명의 추도 인파가 운집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김 전 대통령의 시신은 현충원에서 264㎡(80여평) 규모로 조성된 묘역에서 종교의식과 헌화, 분향, 하관, 허토의 순서를 거쳐 안장됐다.

서울=우명균 기자 woomk2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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