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실세 포함 남북화해 물꼬? 고위급 회동 성사 가능성은 낮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북한 최고위급 조문단이 방문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지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은 20일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아시아태평양평회위원회 실장, 명경일 아태위 참사, 리현 아태위 참사, 김은주 북한 국방위 기술일꾼 등 6명의 조문단 명단을 김대중 평화센터에 통보했다. 김 비서는 북한의 대남정책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또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면담시 배석한 인물로 대남 사업의 실세다.

이들은 21일 오후3시10분 특별기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다음날 오후2시 김포공항을 출발, 귀환할 예정이다.

북한의 대남 최고 실세들이 모두 조문단에 포함됨에 따라 조문기간동안 정부 고위 당사자와의 회동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행 등으로 코너에 몰린 북한이 한국과 미국 억류자 석방조치에 이어 조문단 파견을 통해 출구찾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남 실세 2명을 남쪽에 내려 보낸 것은 김 전 대통령의 조문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남북접촉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 조문단과 우리 정부 고위 당직자의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조문단의 파견과 관련한 접촉 통로를 통일부가 아닌 민간단체인 김대중 평화센터로 일원화했기 때문이다. 국장으로 치를 경우 조문단 파견과 관련한 접촉창구가 정부 당국인 국제적인 관례를 무시하고 북한이 김대중 평화센터와 접촉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통민봉관(通民封官)’ 술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에서 북한 조문단의 방문을 수용한다고 밝히면서 “별도의 우리 당국과 면담이 계획된 것이 없고 요청받는 바도 없다”고 북측과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남북 고위직 회동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대남 최고 실세들을 조문단에 포함시킨 것을 보면 북한이 어느정도 남북대화를 시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 같다”면서 “북한의 대남정책 스타일 상 절대로 먼저 대화를 제의하지 않는데 정부에서 조문단과 별도의 접촉을 하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남북대화의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한경수 기자 hkslka@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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