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눈물…궂은 날씨에도 조문 이어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가 20일 국회에 마련됐다. 김 전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역정이 곳곳에 묻어있는 국회에서 23일 영결식을 갖는등 국장(國葬)이 치러진다.

○…국방부 의장대의 도열 속에 국회분향소 앞에 도착한 운구차량을 가장 처음 맞이한 것은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었다. 상주 완장을 한 이들은 눈물을 훔치며 운구차량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일부 한나라당 의원도 본청 앞에 나와 애도했다.

평생의 반려자인 이희호 여사와 아들 홍업, 홍걸씨 등이 지켜본 가운데 운구차의 문이 열렸고, 태극기로 덮여진 김 전 대통령의 관은 의장대 10명의 손에 이끌려 분향소 뒤편에 마련된 빈소로 옮겨졌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희호 여사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빈소 설치공사가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본격적인 분향은 오후4시50분부터 시작됐다. 유가족의 분향을 시작으로 정세균 민주당 대표최고의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분향했고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지도부들도 국회 앞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과 외국인들의 조문발길이 이어졌다. 김영희(46) 씨는 “국회 분향을 위해 전남 목포·무안 지역에서 친구들과 함께 새벽에 올라왔다”며 “평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돌아가셔서 애통하다”고 말했다.

토니(27·미국)라고 밝힌 외국인 남성은 “한국에 휴가를 왔다가 들렀다”며 “고인이 남북 화해를 위해 애쓴 것으로 안다”며 애도를 전했다.

이들 일반인 방문객 가운데는 늦어진 분향과 초기 혼잡한 상황으로 조문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전남 목포 지역의 저소득층 청소년 80여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한 사립 단체는 “문화 생활이 부족한 청소년들과 대통령의 유년 시절은 닮은 점이 있어 희망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기다리면 조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못 했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서울=유흥수 기자 yuheungsu@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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