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분이라 금방이라도 일어날 줄 알았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전남 신안군 하의도 생가로 달려온 주민 정화민(65)씨가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사진을 보며 눈물을 닦고 있다.[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전남 신안군 하의도 생가로 달려온 주민 정화민(65)씨가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사진을 보며 눈물을 닦고 있다.[연합뉴스]
“정말 가셨단 말입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18일 오후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荷衣島)는 비통함과 함께 깊은 슬픔에 잠겼다.

폐렴 증세로 입원한 이후 수차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소식을 접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던 주민들은 끝내 건강을 되찾지 못하고 서거한 것에 대해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하의면 대리와 후광리에 사는 친척들은 이날 오후 갑작스럽게 전해진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눈물을 쏟아냈다. 4촌 친척인 소대례(74)씨는 “강한 분이라 훌훌 털고 일어날 줄 알았는데, 결국 그렇게 가시다니…”라며 흐느꼈다.

하의도 선착장과 면사무소, 김 전 대통령 생가 등에는 조기가 내걸렸고, 갑작스런 비보를 접한 주민들은 바쁜 농사일을 모두 중단하고 면사무소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면사무소와 생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고향을 지키고 있는 박홍수(87)씨는 “하늘이 무너진 것 같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서거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생가로 달려나온 김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 후배 정화민(65·하의도 후광리)씨는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생전에 함께 찍었던 사진을 가슴에 안고 엉엉 울었다”면서 “전 세계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고, 남북화해를 위해 노력해온 한국의 별이 떨어져 애석하고 비통할 뿐”이라고 눈물을 훔쳤다.

특히 지난 4월, 14년 만에 이희호 여사와 함께 고향을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을 만났던 주민들은 “고령과 오랜 병환으로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생가 관리를 맡고 있는 성현숙(여·42)씨는 “대통령께서 올해 4월 휠체어를 타고 이희호 여사와 함께 생가를 방문했을 때 만감이 교차한 듯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슬픔에 잠겼다. 서거 소식이 전해진 뒤 하의도를 찾는 조문객도 줄을 이었다.

고혜성(58·광주시)씨 부부는 “신안 장산도를 가던 중 배에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면서 “온갖 고난과 역경을 뚫고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세계의 인권 지도자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목적지를 바꿔 생가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생가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빈 조문객만도 20여 명이 넘었다.

충남 보령시에서 온 계선유씨 등은 방명록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고, 광주시 북구 일곡동 장광일씨는 ‘존경합니다. 편히 쉬십시오’라는 글을 남기고,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에는 면사무소와 후광리 생가에 분향소가 마련됐다. Bg/신안 하의도=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Bg/이종행기자 gole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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