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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대전은 없나(?)

2009-08-13기사 편집 2009-08-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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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의 마술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마다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형국이 그렇다는 얘기다. 지도층 사이에선 “되는 게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자주 나온다. 딱 꼬집어 지적할 만한 문제도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대전시장의 잘못도, 시민의식 부족도, 도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시험만 보면 중간치도 못 든다. 시장과 공무원들이 직을 걸고 시험준비에 몸까지 축냈는데 점수는 고작 과락을 면할 정도니 모멸감이 들 정도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하소연도 못하고 고민만 하는 처지다.

원인은 외생변수에 있다. 외부로부터 유입된 악재가 내부로 침입해 악순환의 똬리를 튼 것이다. 국책사업 유치 분야가 특히 심하다. 앉은 채로 눈만 멀뚱멀뚱 뜬 채로 당하기 일쑤다. 대형 국책사업 공모에서 내리 3대0 몰패다. 악재의 외생변수를 순기능으로 전환하지 않고는 MB 정부서 대전은 버린 자식 취급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자식이 집을 나가도 실종신고도 하지 않는 그런 하찮은 존재가 되고 것이다.

대전 홀대는 지난해 말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대전방문에서 이미 확인됐다. 이 장관은 당시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국책사업 유치 실패에 대한 대화 중 “정치역량이 부족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국회의원을 그렇게 뽑아놓고 뭘 기대할 수 있겠느냐”면서 “선거를 그렇게 해놓고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는가”(본보 2008년 12월 19일자 1면 보도)라고 총선 결과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국책 사업 유치 불발은 총선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 후보를 한 명도 당선시키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참여정부에선 정권창출의 지렛대 역할을 했다고 그래도 귀한 자식 취급을 받았지만, 그것이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머피의 법칙’의 늪에 빠지는 원인이 된 것이다.

외생변수의 첫출발은 행정도시다. 애초 행정수도 이전으로 출발했지만, 헌재 소송을 거쳐 기형으로 다시 탄생된 것이 행정도시다. 대통령 공약사업이지만 제법 큰 떡을 떼어준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행정도시 열기는 한때나마 대전과 충남북 지역개발의 신호탄이 됐었다. 그런데 지역의 희망이었던 행정도시가 역효과로 작용했다. 한마디로 ‘동티’가 난 것이다. 참여정부 5년간 큰 거 줬으니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란 식이었다. 더 달란 말도 부족하단 말도 못했다. 그 바람에 로봇랜드, 자기부상열차 시범도시 유치도 물 건너갔다. 결과론이지만 행정도시가 역차별의 빌미가 돼 밑지는 장사를 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왼고개를 틀고 있다. 대선은 물론이고 총선 때 표 인심이 인색한 결과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을 한 명도 당선시키지 않았다. 빚을 진 게 없으니 갚을 것이 없다는 논리다. 지역 인사들 사이에 예쁜 구석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데 뭐가 아쉬워 떡 갈라주듯 국책사업을 떼어 주겠느냐는 푸념도 나온다. 첨단의료복합단지 탈락도 같은 연장선이다.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고 미운 자식에게는 떡 하나 더 주라’는 속담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충남도청 터에 건립하기로 했던 국립 근현대사박물관도 이미 휴짓조각이 돼버렸다. 이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하고서 지난해 8월 돌연 서울 광화문에 짓겠다고 번복한 것이다. 몰인정하게 줬던 떡마저 빼앗는 꼴이다. 대선 때 철석같이 약속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마저 대전에는 주기가 아까운 모양이다. 미적거리면서 자치단체 공모 사업으로 변질시키려는 꼼수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前 정권의 사업이라고 쪼그라뜨려 축소하려는 행정도시도 지역의 자존심을 긁기는 매한가지다.

혹자는 ‘대전 무대접’을 지역 이기주의라고 폄훼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직 장관의 발언과 국책사업 배제, 공약 취소 등 나타난 현상만 봐도 대전의 상실감은 쉽게 이해될 것이다. 대전은 ‘머피의 법칙’ 마술이 풀리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전적으로 마술을 건 쪽의 행동에 달렸다. 자식이 미워서 내쫓았든, 아니면 집 나가는 것을 나 몰라라 했든 결과는 매한가지로 ‘가출’이다. 가출한 자식을 귀가시키려면 직접 찾아나서든지 경찰에 실종신고라도 해야 하듯이 돌아선 대전 민심회복에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 미운 짓에 집착해 왼고개만 틀고 눈초리만 치켜세울 일이 아니다. 국가발전은 물론이고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서도 바른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수도권과 영·호남뿐만 아니라 대전도 있다는 엄연한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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