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 총살·촌락 불지른 잔혹함 드러나…토지박물관, 진중일지 공개

광복절을 앞두고 항일의병운동이 가장 치열했던 1907년부터 1909년까지 일본군의 항일의병 진압작전이 세밀하게 기록된 진중일지(陣中日誌)가 공개됐다.

한국토지공사 산하 토지박물관(관장 심광주)은 소장 자료를 분석하고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해 감정한 결과 진중일지가 일본군 보병 12여단 산하 14연대가 한국에서 적도토벌(賊徒討伐)을 기록한 작전일지임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진중일지는 보병 14연대가 일본 본토에서 조선으로 출국을 준비하는 1907년 7월23일부터 임무를 마치고 본국 귀환을 준비하는 1909년 6월19일까지 약 2년간에 걸친 작전수행 내용을 총 14책, 약 2400여 쪽에 걸친 분량으로 기록됐다.

진중일지는 또 일본 본토에서 파견돼 전국 각지를 돌며 직접 진압작전을 수행한 일본군대가 그 활동상을 날짜별로, 때로는 분 단위로 정리했다.

일지에 따르면 조선으로 출병한 14연대는 기쿠치(菊池) 대좌를 연대장으로 1907년 7월25일 일본 모지항(門司港)을 출발해 당일 부산항에 도착해 이튿날 상륙했다.

이 연대는 처음에는 대전에 본부를 두고 예하 중대를 전국 각지에 파견해 의병진압 활동을 펼치는 한편 그들의 현지 활동상과 의병 동태 등을 전보나 전화, 밀보(密報) 등의 방식으로 시시각각 연대본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일지는 특히 당시 일본군의 잔혹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 많아 눈길을 끈다.

1907년 9월 중순 경북 문경 일대에서 벌어진 의병장 이강년(李康年) 부대와의 전투 과정에서 의병에게 편의을 제공하고 일본군의 상황을 정찰한 이유로 양민을 총살한 했으며 사찰 또는 의병이 사용한 화약탄환을 저장해 전투 후 의병이 점령하고 있던 촌락을 불태우려던 사실이 기록됐다.

진중일지 기록에 의하면 일본군은 1907년 9월17일 의병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경북 문경군 신동면 주민 김성달(27세) 씨와 경북 화안군 달미면 광동리 거주 김달용(25세) 씨를 각각 사살하기도 했다.

김상기 충남대 사학과 교수는 “진중일지는 그 내용이 매우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기록이며, 독립유공자 등록을 위한 공훈자료로도 활용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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