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경남 창녕의 사액서원인 관산서원(경남도 문화재자료 제335호) 사당터 복원을 위한 공사를 하던 중 땅 속에 묻힌 위패를 발견했다고 21일 밝혔다.

고종실록에 따르면 흥선대원군은 1868년과 1871년 각각 서원철폐령을 내려 ‘전국의 약 1700여 곳의 서원 중 47개소만 남기고 모두 ‘철원매주(撤院埋主) 하라’고 명령했다. 즉 서원을 철폐하고 사당에 모신 위패인 신주(神主)를 땅에 묻을 것을 명령했던 것.

이번 관산서원 사당터 조사에서는 매주(埋主)시설을 통해 서원을 철폐하고 신주를 묻은 역사적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매주시설은 철폐시킨 사당터 자리 한가운데를 파고 옹관처럼 옹기를 맞붙여 세워 그 속에 신주, 곧 정구(鄭逑·1543-1620)의 위패를 봉안하고 그 둘레에 사당에 얹은 기와로 세 겹이나 감싸고 단단하게 흙으로 덮은 특이한 형식이다.

여기에 겹겹이 둘러싼 기와 사이에는 습기제거나 잡귀의 침범이나 액을 막는 벽사용으로 보이는 숯덩이가 포함됐다.

특히 비디오내시경 조사 결과 옹기 안에는 옻칠이 된 영남5현(五賢) 중 한 사람인 정구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원군의 서원 철폐와 관련된 유물 자료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서원철폐령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첫 사례로 역사적인 의미가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관산서원은 정구가 사망하자 정구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그 해 세워진 서원이며 숙종 37년인 1711년 임금의 사액(賜額)을 받았다. 서원철폐령에 따라 창녕의 유일한 사액서원인 관산서원도 1871년 철폐됐다.

관산서원이 없어진 뒤 1899년 이 지역 18개 문중들이 관산서당을 세워 현재까지 보존·관리되고 있다.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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