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 한 자~ 써내려간 편지…옛사람들 애틋한 情 엿보다

아버지가 두 딸(한글)과 아들(한문)에게 보내는 편지. 새해에 어른들 모심에 대한 안부와 병환과 학업 진도를 묻고 형님 병환의 안부를 묻는 편지 두 딸을 위해서는 한글 편지로, 아들을 위해서는 한문 편지를 한 편지에 썼다.
아버지가 두 딸(한글)과 아들(한문)에게 보내는 편지. 새해에 어른들 모심에 대한 안부와 병환과 학업 진도를 묻고 형님 병환의 안부를 묻는 편지 두 딸을 위해서는 한글 편지로, 아들을 위해서는 한문 편지를 한 편지에 썼다.
조선시대 후기 학자로 ‘늑천집’ 등을 저술한 송명흠(宋明欽·1705-1768) 선생은 어릴 적부터 한자를 깨우쳐 곧잘 간찰(편지)를 쓰곤 했다. 아직은 서툰 글씨로 부모님께 효를 다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가 여섯 살 때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엎드려 많이 위로 됩니다. 저는 어른들 모시고 별일 없으니 다행이라 여기고 편지를 올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간찰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편지 뒤쪽에는 일명 사인인 서압(署押)을 썼다는 것.

실제로 보기 힘든 송명흠 선생의 사인을 비롯해 조선시대 당시 가족과 친구, 스승과 제자 등 사이의 소소한 일상이 담긴 편지를 접할 기회가 생겼다.

대전시향토사료관(관장 류용환·museum.daejeon.kr)은 ‘조선에서 온 메시지, 간찰(편지)’이라는 주제로 다음 달 30일까지 사료관 기획전시실에서 소장유물 특별전을 개최한다.

향토사료관이 소장한 8000여 점의 유물 중 150여 점만 엄선해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은 송명흠 선생이 6세 때 아버지께 보낸 편지와 가족끼리 주고받은 언간(諺簡·한글편지) 등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간찰부터 숭현서원에 불이 난 사건 등 지역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것까지 담고 있다.

특히 편지에 ‘유성온천’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보기 드문 자료가 전시된다.

조선 후기 서예가였던 송문흠(宋文欽·1710-1752) 선생이 자제에게 보낸 간찰에는 ‘사람을 보내줄 테니 목욕과 몸조리(요양)를 잘하고 돌아오라. 사람과 말을 보내주마’라는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문장이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양승률 대전향토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유성온천이 역사가 오래됐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이렇게 조선시대 편지를 통해 확실하게 밝혀진 적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승률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회는 송명흠 선생의 서압 변천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편지를 통해 사랑과 우정을 키웠던 옛 선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며 “인터넷 메신저와 문자메시지 같이 손쉽게 소식을 전하는 방법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에게 붓으로 애틋한 마음을 한 자씩 적어 내려간 선조와 공감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042(580)4359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송명흠이 숭현서원의 중수하려는 사실을 알리는 편지. 숭현서원을 중수하려는 데 유사를 정하는 일과 집안의 협력을 당부하는 내용.
송명흠이 숭현서원의 중수하려는 사실을 알리는 편지. 숭현서원을 중수하려는 데 유사를 정하는 일과 집안의 협력을 당부하는 내용.
송명흠이 6세 때 아버지에게 올린 편지로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많이 위로되고 어른들을 모시고 별 일 없으니 다행’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송명흠이 6세 때 아버지에게 올린 편지로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많이 위로되고 어른들을 모시고 별 일 없으니 다행’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