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창 한국철학회 회장·대전대 교수 인터뷰

최근 시집을 출간하는 등 시를 쓰는 철학자로 널리 알려진 송인창 대전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진난달 17일 한국철학회 차기회장으로 선출됐다. 설립 56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철학회는 국내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철학 분야 학회로,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는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 동양철학 전공 학자가 한국철학회 회장에 선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철학회 회장이 된 송 교수는 “지(知)와 행(行)을 일치시키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며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나와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인문학의 근간인 철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 철학을 통해 현 사회를 진단했다. <편집자 주, 대담=류용규 취재2부 문화팀장>

-‘한국철학회’는 전통과 권위를 가진 단체로 한국철학계를 대변한다. 앞으로 2년 동안 회장 임기를 수행하실 텐데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계획을 들려달라.

▲사람들이 으레 ‘철학’ 하면 머릿속에 헤겔이나 칸트, 아리스토텔레스 등을 떠올리듯 서양철학 보다 동양철학이 소외된 감이 있었다. 철학공부를 시작할 1960년대의 동양철학은 철학으로도 보지도 않았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철학자대회에서 한국의 철학자들이 헤겔·칸트 등 서양철학 위주로 논문을 발표하자 많은 외국인 철학자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철학은 무엇인가?”라고 집중적으로 따져 묻기도 했었다.

동·서양철학 화합의 장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한 만큼 소외됐던 동양철학을 부흥시키고, 지방의 참여를 독려시킬 생각이다. 지난해 세계철학자대회를 계기로 철학계 원로들 사이에서는 우리의 철학을 정립해야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고 함석헌 선생의 씨알 사상도 주목받고 있다.

철학회 내에서 지방과 서울이 공생하고, 한국을 대표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철학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

-지금까지 역대 회장단을 보면 주로 수도권 대학 출신으로 지역대학 교수가 회장을 맡은 적은 거의 없었다. 이번 회장직을 맡게 되면서 한국철학계와 지역에 어떤 변화를 줄 계획이신지.

▲이미 동양문화연구소장 등 철학과 관련해 여러 단체 회장직을 역임했거나 맡고 있지만, 문단에도 권력이 있듯 철학계 내 권력의 장벽을 깨기가 어려웠다. 제자나 동료 등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지만 아무도 당선될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웃음)

최근 대학에서 폐과 1순위로 철학과를 꼽듯 앞으로 10년 정도 뒤면 지방 사립대학의 철학과는 문 닫을 위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립대도 법인화하고 나면 마찬가지가 될 듯하고 결국 수도권 대학 철학과만 살아남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아탑 속에서 안주하면서 철학하던 폐단은 버리고, 끊임없이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에 관여하고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대통령후보의 공약을 철학적으로 따져보고, 철학이 있는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 등을 고려하는 등 현실을 개혁하고 바로 보는 데 도움되는 철학을 해야 한다. 철학자가 물질만을 중요시하는 현대인의 삶의 구조를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공이 동양철학, 그 중 주역으로 알고 있다. 일반인들은 이를 미래를 알게 해주는 기술로만 알고 있는데 철학으로서의 주역은 어떤지 설명해달라.

▲동양철학은 서양철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이성이나 과학적 진리를 넘어 이면의 무언가를 찾고 갈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우주원리나 우주를 지배하는 섭리, 법칙 등을 공부하고 자연의 법칙을 깨닫는 것이 동양철학에서는 중요하다.

주역이 유가의 중요 경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서양에서도 주목받는 학문이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도 죽을 때까지 주역을 공부했다고 한다. 주역은 상극이 아닌 상생의 원리를 중요시한다. 동양의 철학적 사고의 틀인 음양(陰陽)을 이야기할 때 이분법적인 구조가 아닌, 결합의 이미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살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주역의 관점에서 볼 때 내년부터는 이러한 혼란도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현들은 철학을 바탕으로 정치를 논했고, 경제의 기반으로 삼았다. 현 사회에서도 이 같은 대입이 가능한가. 철학을 통해 현 사회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면.

▲근원에 대해 생각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철학이자 인문학이다. 인문학을 바탕에 두고 경제를 논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다음 대통령선거에서는 철학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후보가 나와야 할 것이다. 잘 먹고 잘사는 것만 생각하는 것은 동물의 본능이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풍토가 조성해야 한다. 정치인이 올바른 철학을 가질 때만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정치인 중에서 물질보다 정신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확실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오늘날은 지식이나 정보가 돈이 되는 세상이지만 조만간 예절이나 착한 품성 등 보다 근원적인 것이 더 큰돈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교육에 철학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은 보통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 않나. 지(知)와 행(行)을 일치시키는 삶이 행복한 삶이다.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나라의 발전,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나.

▲우선 국민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가졌으면 한다. 대통령을 일단 선출했으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지금 그렇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수 있는 눈을 갖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철학교육을 해야 한다. 공부보다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논의가 계속 되어야 하고, 최고가 되어야한다는 교육보다 모두가 함께 어울릴 줄 아는 융화의 교육을 해야 한다.

글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사진 신호철 기자 canon@daejonilbo.com

◇ 송인창 교수는?

▲충남대학교 철학과 및 동 대학원 졸

▲현 대전대학교 철학과 교수, 대전대 동양문화연구소 소장

▲한국동서철학회 회장, 새한철학회 회장, 한국주역학회 회장 등 역임

▲1976년 고 박목월 시인 추천으로 시 전문지 ‘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학술서 ‘기호유학의 융화정신’, ‘주역과 한국역학’, ‘동춘당 송준길’과 시집 ‘不仁한 칼’ 등 다수

◇ 한국철학회는?

195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창단된 학회로, 학회 가운데 역사가 가장 길다. 한국철학회는 국내에 있는 모든 철학 관련 학회를 총괄하는 대표 학회로 회원 수는 30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춘계학술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학문적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교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철학회는 특히 지난해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세계철학자대회’를 유치,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중국과 일본도 유치하지 못한 세계철학자대회는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제1회 대회를 개최한 이후 5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인문학 제전이자 철학자들의 모임이다. 한번 열릴 때마다 세계 각국에서 3000여 명의 철학자들이 참여하며, 대회 때마다 별도의 주제를 정해 토론을 벌인다. 인식론·형이상학·가치론 등 전통 철학에 관한 다양한 철학적 주제를 탐구하고, 정치·경제·문화·교육·환경·유전공학·인공지능 등 실천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된 주제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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