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반드시 성적순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성적을 무시할 수만 없는 게 현실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선정에 참여한 대전시가 성적으로만 보자면 단연 1등이지만 낙점은 자신하지 못한다. 대전은 전국 10개 후보 권역 중 인프라 면에서 단연 으뜸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우수 연구인력과 산학연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어 유치만 되면 당장 집적화가 가능하다. 최적의 교통 및 정주 환경과 함께 융복합 지식기반과 비즈니스 인프라는 대전시의 ‘코리아 메디 밸리’ 육성 의지와 딱 맞아떨어진다.

생명·화학·전자통신연구원 등 첨단의료 융·복합 R&D·B(비즈니스)기반이 이미 구축돼 있어 같은 예산을 투입해도 성과는 2배 이상 창출이 가능하며 서울 아산병원-카이스트 첨단임상시험센터 유치를 통해 약점인 임상 인프라도 보완한 상태다. 향후 10년간 첨단의료산업 육성 기금 1200억 원을 조성하고 연 764억 원씩 30년간 예산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 경기, 인천이 대전보다 인프라 면에서 다소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수도권 과밀화에 역행한다는 지방의 반발이 예상돼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객관적 사실만 놓고 본다면 하나마나 한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의 법칙’에는 늘 의외의 변수가 존재한다. 좋은 인프라와 여건이 도리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로봇랜드, 자기부상열차 유치경쟁에서 대전이 탈락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치적인 입김, 지역논리가 점수에 우선해 지렛대 역할을 하는 수가 왕왕 있다.

첨복단지 선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집권당의 내락설, 분리유치 등 심사는 시작도 안 됐는데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설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 심상치가 않다. 변수를 경계하고 차단하는 게 첨복단지 유치의 점정(點睛)이다. 그 역할은 지역 정치권이 적격이다. 하지만, 지역 정치인들은 먼저 당리당략을 우선한다. 로봇랜드등 국책사업 선정때마다 그랬다. 쌀 씻어 밥 짓고 밥상을 차리려 하는데 뒷짐 지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형국이다. 입이나 닫고 있으면 밉지나 않을 텐데 ‘밤 놓아라 대추 놓아라’ 남의 집 제사상 참견하듯 온갖 간섭은 다한다.

그러다 목적이 성취되면 공치사에 침이 마른다. 얼굴에 철판 깔고 내가 나서서 했단다. 밥상 준비할 때는 먼 산 보듯 하다 상이 차려지면 아예 수저 들고 달려든다. 그 모양새가 눈치는 눈곱만큼도 없고 몰염치는 9단이다. 반대로 그르치면 내 탓도 우리당 잘못도 아니다. 바둑 둔 후 복기(復棋)하듯 남의 잘못은 어떻게 그렇게 잘 집어내는지 입신의 경지다. 엎질러진 물이고 지나간 버스인데 과거 집착은 편집증적이다.

첨복단지 대전 유치전에서만큼은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 시민 마주하기에 민망하지도 않는가. 매사가 이런 식이라면 대전은 중앙정치 무대에서 곁불도 못 쬐고 밀려나는 미운 오리 새끼꼴이 될 수도 있음이다. 적어도 밖에서는 새는 바가지는 되지 말아야 한다.

당을 초월한 지역 정치권 단합은 첨복단지 대전 유치에 필요충분조건이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민주당이 가릴 것 없이 첨복단지 유치에 올인을 해야 한다. 선거에서는 정당 간 경계가 있어도 국책사업 유치에는 일시적으로 허물어야 한다. 박성효 시장과 당이 다르다고 첨복단치 유치에 소극적이라면 직무유기다. 지역발전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첨복단지 유치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어쩌면 대전시의 업무라기보다는 지역주민과 지역발전에 무한 서비스를 책임지는 정당과 정치인의 책무에 더 적합하다.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전이 첨복단지를 유치하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어쩔 텐가. 자기부상열차, 로봇랜드 탈락 때처럼 집권당 의석수가 부족해서, 시장이 다른 당이라서, 시장의 지원요청이 소극적이어서, 우리 당은 지역 인지도가 약해서 등 궁색한 변명으로 불편함을 모면할 텐가.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변명으로 가뜩이나 실망한 대전시민의 염장을 지르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육박전은 각개전투지만 상륙작전은 합동작전을 펼쳐야 한다. 첨복단지 대전유치 전략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대전시민 모두가 동참하는 합동작전을 구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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