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서 국내 최장·최고 태극문양 목간 출토…문화재청, 연구자료 큰 기여 전망

나주 복암리서 출토된 목간과 목제품. <사진=문화재청 제공>
나주 복암리서 출토된 목간과 목제품. <사진=문화재청 제공>
국내 최고(最古) 태극 문양의 목간과 국내 최장(最長) 목간, 국내 최초 봉함목간 등이 한 곳에서 출토됐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성범)는 전남 나주 복암리 고분군(사적 제404호) 주변지역을 발굴 조사한 결과 지난해 공개한 3점을 포함, 총 31점의 백제시대 목간이 출토돼 보존처리를 마쳤다고 3일 밝혔다.

이는 백제시대 수도권이었던 충남 부여가 아닌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목간((木簡·종이 대신 글을 적었던 나뭇조각)이 발견된 것으로, 백제가 7세기 초 이미 중앙집권의 체제가 확립됐음을 알려주는 중요 유물로 평가되고 있다.

백제 사비시대 원형 수혈유구에서 일괄 출토된 이들 목간은 문서목간, 물품 꼬리표(付札) 목간 등 종류와 내용이 다양하다.

특히 칼 모양의 독특한 형태를 띤 나무판에 태극 문양·동심원, 방사 형태의 무늬가 함께 그려진 태극 문양의 목간이 발견돼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국내 최고(最古)의 태극 문양 유물은 경주 감은사지 장대석에 새겨진 태극문(682년)으로 이번 태극 문양 목간의 발굴은 태극 문양 사용 시기를 최대 140여년 앞당기게 된 것이다.

태극 문양 아래 동심원 문은 지난해 4월에 확인된 부여 왕흥사지 목탑지 심초석 남단의 문양과 흡사한 것으로 평가되며 7세기 초반인 백제 사비 시기(538-660년)에 사용된 종교나 의례와 관련된 물건을 장식했던 소도구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이 중 한 목간은 길이 60.8㎝, 너비 5.2㎝, 두께 1㎝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토된 목간 중 가장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목간에는 총 57자에 이르는 묵서가 씌었다고 추정되며, 그 중 ‘수미지…’(受米之…), ‘공지’(貢之) 등과 같은 문구가 확인됐다.

연구소 측은 “지방 관청에서 공납과 과정을 기록한 행정문서 목간으로 추정된다”며 “여기에 국내 최초로 출토된 봉함목간은 주로 관청에서 물건이나 문서 꾸러미를 운송할 때 기밀 유지를 위해 봉투처럼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제시대 촌락의 전반적인 운영실태를 적은 목간도 출토됐다.

목간에는 ‘대사촌’(大祀村)이라는 마을의 인명과 가축 실태, 그리고 수전(水田·논), 백전(白田·미상), 맥전(麥田·보리밭 혹은 보리논) 등과 같은 토지의 경작 형태를 보여주는 내용과 더불어 ‘형’(形)이라는 토지 단위 등이 확인됐다.

이용현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목간 발견은 백제의 지방통치제도사 연구에 큰 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 목간은 함께 출토된 백제시대 토기와 기와 등으로 볼 때 7세기 초 유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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