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남해 홍현 석방렴 체험

남해 홍현 해라우지마을 석방렴 고기잡이 체험행사에 참가한 체험객들이 그물과 맨손 등으
로 고기를 잡고 있다.
남해 홍현 해라우지마을 석방렴 고기잡이 체험행사에 참가한 체험객들이 그물과 맨손 등으 로 고기를 잡고 있다.
“잡았다. 아빠! 여기도 있어요. 어라! 이건 무슨 고기예요? ”

여기저기서 물고기를 잡은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첨벙~첨벙’ 물고기를 따라 이리저리 쫓아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맨손으로 잡는 사람, 뜰채로 잡는 사람, 그물로 잡는 사람…. 고기잡이에 나선 사람들도 가지각색이다. 물에 빠진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물에 빠진 생쥐꼴’ 같지만 봄 햇살에 추위도 잊은 채 모두들 고기잡이에 열중이다.

지난 9일 ‘제3회 홍현 석방렴 (숭어) 축제’가 열린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해라우지)마을. 홍현마을은 북동쪽의 월포, 남쪽의 가천다랭이 마을과 인접한 전형적인 농어촌 마을로 예부터 마을의 지형이 무지개 형상을 하고 있어 ‘해라우지 마을’로 불리기도 했다.

남해 앵강만의 맑고 푸른 바다와 마을 앞바다와 산에 널린 많은 돌로 인해 예부터 멍게, 소라, 전복, 해삼, 문어 등이 자생하는 청정지역으로 널리 알려진 홍현 해라우지 마을에 아주 특별한 축제가 열렸다.

‘석방렴’은 바닷가에 돌로 담장 모양의 울타리를 만들어 밀물 때 들어왔다가 썰물 때 빠져 나가지 못한 고기를 맨손이나 도구 등을 이용해 잡는 원시적인 어로방식이다.

특히 200여년 전부터 성행한 것으로 알려진 홍현 해라우지 석방렴(둘레 138m, 지름 50m(內), 두께 5m~10m)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3번 돌면 ‘꿈’을 이루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3번 돌면 ‘사랑’을 이룬다는 전설이 전해지면서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이날 체험 행사에는 대구, 울산, 창원, 진주, 마산, 사천 등 인근 지역 200여명의 체험객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손에 들망과 반두(양쪽 끝에 가늘고 긴 막대로 손잡이를 만든 그물)를 든 체험객들이 한꺼번에 고기잡이에 나서면서 석방렴에 한때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석방렴 체험 행사의 본격적인 시작은 낮 12시30분부터 이뤄졌다. 인근 마을 20여 척의 선박들이 해상 퍼레이드를 펼치며 앵강만을 수놓을 무렵, 해라우지 체험마을 김옥진 사무장이 “홍현 해라우지 석방렴 바다가 열렸다”고 외치자 체험객들은 일제히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직 바닷물이 덜 빠진 상태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반두와 뜰채를 든 아빠와 아이들이 신나게 고기를 몰았다.

그물로 한번 훑고 지나칠 때마다 팔뚝만한 ‘숭어’가 그물에서 펄쩍거리며 잡혀 올라온다. ‘물 반 고기 반’이다.

홍현 해라우지 마을 김 사무장은 “행사 전날 숭어, 우럭, 농어, 방어, 노래미 등 800여 마리의 다양한 어종을 풀어 체험객들이 고기를 잡는 스릴과 재미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고 귀띔한다.

행사를 시작한 지 30여분이 지나자 아이들의 손에 든 들망에는 ‘펄떡’ 뛰는 고기들이 10여 마리씩 담겨졌다.

웬만큼 고기가 잡히자 체험객들이 아예 ‘싹쓸이 작전’에 돌입했다. 5~10명씩 조를 이룬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고기를 몰았다.

“자! 모두들 그물을 바닥 아래로 깔고, 옆으로 펼쳐야지, 이제 천천히 천천히 앞으로 오세요. 지금은 그물을 들면 안돼요. 자! 이제 그물을 듭니다. 하나, 둘, 셋…, 잡았다!” 한 친구의 그물(반두)에 30~40cm급 숭어가 한 마리 걸려들었다. “자! 보셨죠. 다시 갑니다” 선생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석방렴을 가득 메웠다.

일부 체험객들은 갓 잡은 싱싱한 물고기를 행사장 뒤편에 마련된 회센터로 들고 가 즉석에서 회를 먹기도 하며 오랜만에 가족들과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

체험 행사에 참가한 조재근(40·진주시 금산면)씨 가족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석방렴에서 아이들과 함께 고기를 잡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어족자원도 보호하면서 고기를 잡는 선조들의 지혜를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홍현 해라우지 체험마을 김 사무장은 “선조들의 전통 어로방식인 석방렴 체험 행사는 아무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물때(6물~9물)에 따라 할 수 있다”며 “체험객들이 물고기를 직접 손과 그물 등으로 잡으며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고 익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멍게, 해삼, 소라 등의 보물이 숨겨진 ‘몽돌밭 보물찾기’와 아라석사(石射)대회가 열렸다.

▲석방렴 고기잡이 체험 일정

5월 23·24일(낮 12:00~), 6월 6일·7일(낮 12시~)·21일(오전 11시30분~)·27일(오후 4시~). 참가비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원. 문의 홈페이지 http://haerawoogi.co.kr(홍현 해라우지 마을 김옥진 사무장 ☎011(516)3402.

▲찾아가는 길= 창원- 남해고속도로- 사천IC - 사천- 창선·삼천포대교 - 지족리- 앵강고개 19번 국도- 앵강고개에서 1024번 지방도로 타고 월포 두곡 해수욕장- 석교마을- 홍현 해라우지마을

◇인근 가볼만한 곳

▲남해 가천다랭이 마을 = 남면 가천마을은 홍현 해라우지 마을 고개 너머에 있다. 일명 삿갓논, 삿갓배미라고도 불리는 다랭이 논은 남해인의 근면성을 보여주듯 층층이 계단을 이루고 있다. 가천마을의 또다른 자랑거리는 암수바위. 높이 5.9m의 수바위와 4.9m의 암바위로 이뤄진 암수바위는 남자의 성기와 아기를 밴 어머니 형상을 하고 있으며, 전국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 =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은 지난해 5월 남해군 이동면 초음리 옛 다초분교에 세계 여러 나라의 탈 전시실과 공연장, 도서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개관했다. 현재 촌장으로 있는 김흥우 박사가 기증한 국내외 탈 515점과 관련 서적 1만 6200여 점, 공연예술자료 7100여 점, 영상자료 3만2400여 점 등 모두 19종 5만63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또, 1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추고 있어 탈과 관련된 공연과 음악, 무용 등 공연예술을 볼 수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글·사진=경남신문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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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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