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높이의 교도소 담장을 걸으면서 곡예까지 부린다. 발을 헛디뎌 실수라도 하면 곧바로 교도소 안마당으로 떨어진다. 졸지에 영어(囹圄)의 몸이 될 수도 있다. 요즘 충남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일부 후보의 행보가 마치 교도소 담장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 위태롭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걷는 후보들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이 오히려 더 긴장을 한다. 우물가에 내놓은 어린애 걱정하듯 유권자가 후보 걱정을 하는 처지가 됐다. 비리와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사퇴한 전임 교육감의 악몽 때문이다. 또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길한 예측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행복이 성적순은 아니라고 하지만 교육이 경쟁력인 것은 자명하다. 교육이 행복과 인생의 상한선은 보장하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하한선 이상을 지지해줄 버팀목은 될 수 있다. 먹고 입는 것까지 줄여 고액과외를 시키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하한선 이상을 지켜주기 위한 부모 마음 때문이다. 세상 부모들은 이 불확실한 확률 게임에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올인을 한다. 생활비보다 우선하는 게 사교육비다. 그것도 모자라 엄마들은 파출부,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 사교육비를 보태는 것도 다반사다.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수록 학부모들은 공교육이 바로 서기를 갈망한다. 공교육이 붕괴됐다고 해도 학력 신장과 인성교육의 산실은 학교 만한 곳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 공화국’, ‘과외 천국’이란 낯선 용어가 익숙할 정도로 사교육이 판을 치면 칠수록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더 목말라 한다. 공교육이 판을 치는 공교육 세상을 희망한다. 공교육이 잘되면 사교육비 중압감에서 자유스러워질 수도 있다. 공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교육감도 공교육과 같은 묶음이다. 공교육이 신뢰를 받으려면 어떤 교육감을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교육감은 공교육의 지침과 운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교장 임명권과 교원 인사권, 초·중·고 교육정책에 관한 집행권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닌다. 고교 선택권, 우열반 편성, 방과 후 학교 운영, 특목고 신설도 교육감에 따라 정책의 틀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교육감은 교육적인 자질과 함께 도덕적 흠결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교육감 선거는 다른 공직선거의 모델이 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충남교육감 보궐선거는 공명선거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과열·혼탁 양상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상호 비방, 고소 고발, 이합집산이 횡행하고 있다. 벌써 경찰과 검찰에 고발된 건수만도 20건을 웃돈다. 허위 부재자 신고, 음식물 제공, 공직자 선거 개입, 특정 후보 비방 유인물 배포 등 죄질이 충격적이다. 충남교육감 선거 시계를 10년쯤 과거로 되돌려 놓은 듯 볼썽사나운 구태가 빈번하다.

이번 선거는 전임 교육감의 불명예스런 중도사퇴로 치르지 않아도 될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이번 선거로 126억 원의 혈세를 낭비해야 할 판이다. 충남도민들은 그래서 보궐선거를 바라보는 눈이 곱지 않다. 교육감 선거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식상해 있다. 하지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선거가 돼서는 안 된다. 악화인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충남 교육의 불행이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후세들의 불행이다. 출사표를 던지기 전까지는 누가 악화고 양화인지 구분이 잘 안 됐지만, 방송토론과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교육은 국가와 개인의 미래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과 투표는 민주시민의 도리이자 책무다. 낮은 투표율 때문에 민의가 왜곡돼 대표성이 결여되거나 악화가 양화 되는 불행은 막아야 한다. 올바르게 행사한 한 표의 주권이 그나마 궤도를 이탈한 충남교육을 바로잡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후보들은 교도소 담장에서 내려와 교육 경쟁력과 학생 행복지수 제고를 위한 정책대결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교육감 대행 체제로 2010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맞을 수도 있다. 그것은 200만 도민을 연거푸 치욕스럽게 하는 배은망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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