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중국, 바다·육지 넘나드는 환상적인 ´대자연의 다큐멘터리´

하롱베이는 베트남 제1의 경승지로, 바다의 구이린(계림·桂林)이라고도 불린다. 에메랄드빛 바닷물 위로 솟아오른 3000여개의 크고 작은 석회암 섬들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하롱베이는 베트남 제1의 경승지로, 바다의 구이린(계림·桂林)이라고도 불린다. 에메랄드빛 바닷물 위로 솟아오른 3000여개의 크고 작은 석회암 섬들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베트남과 중국. 하롱베이와 스린(石林)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수천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마치 숲처럼 보이는 하롱베이가 바다 위의 스린이라면, 스린은 수십m 높이의 돌기둥이 숲을 이룬 육지 위의 하롱베이 같다. 물과 뭍에서 볼 수 있는 각본 없는 지상 최대의 자연다큐멘터리다. 억겁의 시간에 걸쳐 용(龍)이 만든 두 작품은 전설이 되었고, 유네스코는 그들에게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이름을 바쳤다. 베트남과 중국을 오가며 바다와 육지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대자연의 버라이어티쇼를 감상할 수 있는 실속 여행 상품이 나왔다. 여행 중에 하노이 시내 관광, 호치민 유적지, 수상가옥, 구향동굴, 윈난민족촌 등 볼거리도 넘쳐난다. 베트남 항공의 협찬으로 베트남 북부 해안 하롱베이와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를 돌아본 4박6일의 여정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하롱베이

문명에 찌들지 않은 자연, 시간이 멈춘 곳, 지상의 천국.

베트남에서 그런 곳을 찾으라면 하롱베이가 1순위에 들지 않을까.

하롱베이(하룡만 下龍灣)는 베트남 북부 중국과의 국경 근처에 있는 넓이 1,500㎢에 이르는 만(灣)이다. 베트남 제1의 경승지로, 바다의 구이린(계림 桂林)이라고 불린다. 하노이에서 동북쪽으로 자동차로 3-4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에머랄드빛 바닷물 위로 솟아오른 3,000여개의 크고 작은 석회암 섬들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1994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중 자연공원으로 지정했다.

국내서는 대한항공 CF로 더욱 유명해 졌다. 전설에 의하면 바다 건너 외적들이 이곳을 침략했을 때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폭풍우와 격랑을 일으켜 외적을 격퇴했다. 그때 내뿜은 구슬이 바다로 떨어지면서 갖가지 모양의 기암이 되어 지금의 지형처럼 수천 개나 되는 섬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래서 <용(龍)이 내려 온 곳 하룡(下龍)> 이라는 뜻의 하롱베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하롱베이는 바다라고 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잔잔하다. 병풍처럼 펼쳐진 수천 개의 섬들이 전후좌우 서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어 파도가 거의 일지 않는다. 파도소리 하나 없이 고요한 정적만 흐르는 바다위에 코끼리, 낙타, 원숭이, 거북이 등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섬들이 살포시 떠있는 듯하다. 흐린 날에는 어디선가 전설 속의 용이 다시 나타날 것 같은 신비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하롱베이의 또 다른 볼거리는 수상가옥이다. 수상가옥을 자세히 보려면 크루즈로 하롱베이 선착장에 도착해 다시 나룻배로 갈아타야 한다. 잠시 노를 젓는 동안 신기함과 낭만에 푹 젖은 감정은 바다 한가운데서 일상을 이어가는 보트피플들을 보는 순간 애잔함으로 바뀐다. 현재 55가구 400여명이 바다 위에 띄엄띄엄 집을 짓고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대부분 양식업을 하고 있으며 관광객을 상대로 해산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들이 잡은 해산물은 공판장에서 수시로 매매가 이루어지며 가까운 중국에서 상인들이 몰려와 사가기도 한다. 생필품이나 식수를 싣고 온 육지 상인들과 물물교환도 한다. 집집마다 TV 안테나가 보이고 학교, 은행, 카페 등 웬만한 시설은 다 갖췄다. 외로움을 달래려고 그랬을까. 집집마다 누렁이 개를 키우는 모습은 우리의 시골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해산물만 파는 수상가옥도 여러 채 있다. 이른바 바다 위 횟집인 그곳에서 다금바리, 갑오징어, 게, 새우 등을 회로 직접 맛보거나 배에서 조리해 먹을 수 도 있다. 띠엔꿍 동굴, 승솟 동굴(일명 놀라운 동굴), 티톱 섬 등을 둘러보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스린(石林)

베트남 하노이에서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까지는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다. 티벳을 거쳐 인도까지의 무역 길 이었던 차마고도의 관문으로 보이차가 유명하며, 버섯은 종류만도 600여 가지가 넘는다. 일 년 내내 날씨가 봄 같고 항상 꽃이 피어있다고 해서 춘성(春城)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윈난성은 인구 4,200만명으로 중국 32개 성 중 6번째로 크다. 성의 면적이 일본보다 크고 한국의 4배에 달한다.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은 인구 560만명이며, 하나의 산이 해발 6725m에서 76m까지 이어져 산 한곳에 4계절이 공존할 정도로 다양한 자연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곤명에서의 첫 일정은 스린(석림 石林) 관광이다. 곤명에서 남쪽으로 120Km정도 떨어진 스린은 중구의 소수민족 가운데 이족(彛族) 자치현에 속해 있다. 면적이 350 제곱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광활한 카스트르 지형 중 하나다. 돌기둥이 나무줄기처럼 하늘로 치솟아 있는 것이 삼림모양을 이루고 있다하여 석림이라 불린다. 2억7000만년 전 바닷속에 잠겼던 지형이 지각변동으로 융기했다 또다시 잠기기를 뒤풀이 한 끝에 기기묘묘한 형상을 띠게 됐다. 지금의 모습은 약 300만년 전에 갖게 됐다고 한다. 보통 5m 높이에서 큰 것은 40m에 달하는 데 저절로 생겼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 돌기둥 하나하나가 마치 명품 수석전시회에 출품된 작품 같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돌기둥 규모가 큰 대석림 구간과 비교적 작은 소석림 구간을 대충 훑어보는데 만도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걸으면서 보기에는 무리고 전동차를 타고 순환로를 따라가다 곳곳에서 내려 구경해야 다리품도 아낄 수 있다.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머릿속에 남아 있던 석림의 웅장함과 섬세함은 석림에서 북쪽으로 30km정도 떨어진 의량현 계곡에서 다시 이어진다. 1989년 탐험대에 의해 발견된 석회암 동굴인 주샹(구향 九鄕) 동굴이 보여주는 종유석, 석순, 석주들은 동굴 속 석림을 연상케 한다. 운동장처럼 넓은 광장도 있고 계단식 천수답과 꼭 닮은 석회암 지형이 있는가 하면 동굴 틈새로 보이는 협곡과 웅장한 폭포들이 수려함을 더한다. 동굴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67m 높이의 계곡에서 수직 낙하한 뒤, 보트를 타고 10여분 계곡을 돌아본다. 동굴 탐사 후에는 리프트를 타고 입구로 돌아온다.

시산(서산 西山) 룽먼(용문 龍門) 석굴도 빼놓을 수 없는 곳. 쿤밍 시내로부터 서쪽에 있다 해서 서산이라 부른다. 해발 2,350m의 벼랑 위에 있는 용문석굴(龍門石窟)은 1781~1835년 도교의 수도승과 신자들이 밧줄에 매달려 절벽을 깎아서 석굴과 조각, 그리고 약 7㎞에 이르는 사람 다닐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래로 곤명호를 내려다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벼랑이 가파르다. 먼 곳에서 바라보면 봉우리들이 마치 소녀가 하늘을 바라보며 쿤밍호(湖) 주위에 잠들어 있는 형상이라 하여 ‘수미인산(睡美人山 잠자는 미인의 산)’이라고 부르며, 누워 있는 부처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와불산(臥佛山)’이라고도 부른다. 도보로 올라가거나 리프트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오한진 기자> 취재협조=베트남항공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어느 마을이든 볼거리가 풍성한 운남민속촌. 운남성의 소수민족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이족마을. 마침 공연이 열려 여행의 즐거움이 더했다.
어느 마을이든 볼거리가 풍성한 운남민속촌. 운남성의 소수민족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이족마을. 마침 공연이 열려 여행의 즐거움이 더했다.
하늘을 찌를듯 솟아오른 석림의 돌무리들은 세심한 인간의 손길로 다듬은 것처럼 아름답고 밀림처럼 웅대하다. 중국 국가지정 경관 중 최고등급인 5A 등급을 자랑한다. 2006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하늘을 찌를듯 솟아오른 석림의 돌무리들은 세심한 인간의 손길로 다듬은 것처럼 아름답고 밀림처럼 웅대하다. 중국 국가지정 경관 중 최고등급인 5A 등급을 자랑한다. 2006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오한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