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내 곁에 세상을 내 품에’

한국신문협회가 올해 신문의 날을 맞아 선정한 표어다. 신문을 가까이해서 얻은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통해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독자들의 따뜻한 시선과 함께 언론의 역할이 그만큼 막중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엊그제 7일이 제53회 ‘신문의 날’이었다. 하지만 올 신문업계의 분위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울하기만 하다. 세계적인 금융불안으로 인한 광고시장 위축으로 각국의 신문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창간 이후 1면에 처음 광고를 싣기 시작했는가 하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경영난으로 올부터 주 3일 근무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계 2위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일본의 아사히신문도 지난해 창간 130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신문 구하기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신문 독자층 확대를 위해 만 18세에게 신문 무료구독권 지원, 초등학교 신문 읽기 교육 강화, 언론사 세금 감면 등 활자매체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신문시장은 지난 98년 IMF 구제금융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빈사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앙지와 지방지 할 것 없이 모두 힘겨운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특히 충청권 지방지로서 올해 맞는 신문의 날의 감회는 착잡하기만 하다. 경영난 극복과 함께 지역민의 공동 이익 추구를 위한 여론 대변자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지방신문의 위치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전·현 정부 들어 추진한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시범노선 설치, 로봇랜드 조성, 과학영재학교 유치 등 각종 공모사업에서 충청권이 모두 탈락하거나 주요 현안들이 좌초 또는 축소, 변경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방신문의 존재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나 여권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흔들어대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성공적 건설을 위해서라도 지방의 힘이 강해져야 함을 새삼 절감한다. 지방의 힘이 강해지려면 지방신문이 먼저 활성화돼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방신문만이 지역 내 공동체 의식 형성과 여론수렴의 구심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재 서울 소재 특정언론이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언론환경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마디로 서울의 목소리만 일방적으로 전국에 전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수도권 신도시 개발과 수도권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지방 대 수도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도권의 주장에 충실한 반면 지방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방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지방지가 존재해야 하며 또한 강한 파워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신문이 강해지려면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상을 놀라게 할 대특종을 보도해도, 아무리 유익하고 훌륭한 기사를 내보내도 독자가 없다면 무의미하다. 독자 수는 곧 그 신문의 영향력을 말해 주는 것이다. 생활이 어려울수록 가족의 존재가 고귀하게 여겨지듯 지방이 중앙으로부터 외면당할수록 지방지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아울러 지방신문도 주민들의 사랑을 받기 위한 자정 노력을 스스로 기울여야 한다. 같은 지역 내에서 많은 신문이 나온다고 해서 지방 언론이 활성화되었다거나 주민 간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다. 대다수의 지방신문이 언론으로서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다고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주들의 개인적인 이익 추구나 영향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하여 지방지의 설 땅을 스스로 잃고 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독자들도 이 같은 사실을 매체 선택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 사이비 언론이 자기 지방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신문부터 주민들이 지방언론을 외면하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는 게 순서지만 정부도 지방 없이는 중앙도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다음은 지역주민들의 몫이다. 지방신문에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을 보여줄 때 지역사회는 강해진다. 신문의 날을 보내며 지방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대변해주는 대화통로는 지방신문밖에 없다는 사실을 재삼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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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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