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뚜껑삼겹살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어때?” 이 말처럼 우리 시대 서민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혹은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 있는 동료와 함께, 너나없이 술 생각이 날 때 하게 되는 말이다.

대전 동구 가오동 가오코아 뒤편에 위치한 ‘왕뚜껑 삼겹살’은 특유의 삼겹살 맛과 푸근한 인심 때문에 발걸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집이다.

이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연 생목삽겹살과 싱싱 생삼겹살. 와인으로 48시간 저온에서 숙성시켜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잡냄새를 없앤 생삼겹살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은 일반 삼겹살구이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우선 지름이 50cm나 되는 큼지막한 무쇠솥뚜껑 불판 가장자리에, 집에서 담근 묵은 김치와 양송이 버섯, 느타리 버섯, 표고 버섯, 양파, 단호박 등을 모양 좋게 올려놓은 뒤, 적당하게 불판이 달궈지면 숙성의 노하우가 숨겨져 있는 삼겹살을 굽는다.

2㎝ 가까이 두툼하게 썬 생삼겹살을 불판 위에 척 올리면 ‘지글지글, 톡톡’ 익어가는 소리와 코끝을 스치는 고소한 냄새에 벌써 마음은 흐뭇해진다. 널찍한 상추에 기름장 푹 찍은 생삼겹살과 마늘, 쌈장, 파채까지 듬뿍 얹어 한입 가득 넣으면 고기와 야채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 이것이 바로 신선한 고기의 매력이 아닐까. 소금구이와 삼겹살은 불판 한켠에서 같이 익힌 새콤한 묵은지와 함께 싸먹어도 ‘아삭아삭’ 끝내주는 맛. 익기가 무섭게 젓가락이 저절로 가는데 먹어도 먹어도 느끼하거나 물리지 않아 좋다. 여기에 소주 한 잔 곁들이면 그 맛이야 “캬~.”

이집에서 최근 인기 급부상중인 메뉴는 바로 조선할매보쌈. 노란 배춧속 위에 기름기 좔좔 흐르는 고기 한 점 올리고, 매콤 달콤 무김치 올리고, 알싸한 마늘 한 조각 얹은 다음 돌돌 말아 ‘한입에 쏙’ 넣으면… 아삭아삭 부들부들 담백 고소한 맛이 금상첨화가 따로없다. 오직 국내산 생삼겹살만을 사용한다는 이집 보쌈은 이집 만의 특제양념과 각종 야채를 듬뿍 넣고 푹 삶아내 야들야들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하고 은은한 맛이 제대로 살아있다. 새우젓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담백한 살결과 부드러운 비계가 혀끝에서 사르르 해체되는 느낌이다.

보쌈엔 역시 보쌈김치. 직접 절인 배추 속에 매콤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인 무김치와 함께 어울리면 씹는 순간 와락 다가오는 그 맛의 즐거움이란…. 온몸이 흐뭇하다.

하나 더, 삼겹살을 먹은 후 불판위에 직접 볶아주는 맛있는 볶음밥과 매콤새콤한 묵은지고등어조림의 즐거움도 놓치지 말 것. ▲생삼겹살(160g) 7000원 ▲생목삼겹살(150g) 6000원 ▲생고기 왕소금구이(120g·3人기본) 3000원 ▲조선할매보쌈(320g) 2만원(고기추가 7000원) ▲묵은지고등어조림 5000원 ▲무갈치조림 6000원 ▲바지락칼국수 4000원 ☎042(000)0000. <글 조남형· 사진 신호철 기자>

-----------------------------

◇ 우리집 자랑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것인 만큼 가족에게 먹일 수 없는 것은 손님상에도 올릴 수 없죠.”

‘왕뚜껑삼겹살’의 김현산 사장은 음식을 만들어 오면서 무엇보다 손님에 대한 신뢰와 좋은 음식 만들기를 철칙으로 삼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조미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들이 불평을 털어놓아 섭섭한 적도 많았지만 이젠 인식이 바뀌어서 손님들이 먼저 알아줘서 기쁘다고. 김사장은 ‘왕뚜껑삼겹살’이 한 사람 한 사람 알음알이로 입소문을 타고 단골손님들이 늘어가는 재미에 오늘도 처음처럼 묵묵히 좋은 음식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90석, 가게앞 주차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