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충남지역 고택 살펴보니…

이순신 고택
이순신 고택
#조선시대 고가(古家)인 충남 홍성 엄찬(嚴璨) 고택의 주인은 그동안 수차례 바뀌었다. 1939년까지 L씨 소유였던 엄찬 고택은 1992년 고택과 아무런 연고가 없던 S씨 소유로 넘어갔고, 고택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되자 홍성군에서 1996년 중요민속자료 제231호로 등록했다. 그 후 S씨와 채무관계가 있던 K씨에게, 또 K씨의 며느리인 S씨에게 소유권은 계속 넘어갔다. 현재는 아무도 살지 않아 잡풀만 무성하다.

#고택이 매매 또는 경매의 대상이 되면서 강제 경매 결정이 난 고택을 싼값에 구입해 지자체에 수억 원의 웃돈을 요구하며 매입을 강요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중요민속자료 제207호로 지정된 경남 함양 허삼둘 가옥의 경우 2002년 경매 물건으로 나와 한 사업자가 몇천만 원에 낙찰받은 뒤 함양군에 9억 원의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홍성군도 관리를 소홀히 하는 고택 소유자에게 제대로 관리해 줄 것을 권고했다가, ‘그럼 고택을 10억 원, 20억 원을 주고 사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순신 장군 고택이 경매 위기에 처해 충격을 안겨주는 가운데 상당수 다른 고택도 잦은 소유권 이전 압박에 시달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미 상당수 고택이 연고가 없는 개인 소유로 넘어가거나 아예 공가(空家) 상태여서 관리 소홀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27일 문화재청과 대전시, 충남도에 따르면 중요민속자료 등으로 지정된 대전·충남지역의 고택은 대전이 동춘당 고택과 송용억 가옥 등 6곳, 충남이 논산 명재 고택, 예산 정동호 고택 등 36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묘나 서원이 종친회 등에서 관리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고택은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매매되거나 채무문제 등으로 이순신 고택처럼 경매에 부쳐질 수 있다.

국가지정 또는 시·도지정 문화재는 수리하거나 새로 짓는 등의 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형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매매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또 종전에는 고택을 매매하면 취득자가 행정당국에 매매사실을 알려줘 전반적인 현황 파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마저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실태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현재 대전·충남지역의 몇몇 고택은 종손 또는 후손이 아닌 연고가 없는 개인이 소유자로 있고, 아예 빈집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고택은 건물 자체도 중요하지만 선조의 가르침이나 생활상이 그 후손을 통해 대대로 내려와야 하는 맥이 더 중요하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매매가 이뤄지거나, 후손이 고령이 된 상태라 고택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고택의 참의미가 퇴색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예전부터 고택 등 문화재를 사들여 해당 지자체에 웃돈을 요구하는 웃지 못할 사례가 종종 있다고 들었다”며 “최우선의 방법은 국가에서 개인 소유인 문화재를 사들여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고 대다수 고택 소유자가 반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국유재산관리과 관계자는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예산을 편성해 토지 등을 매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라며 “시·도지정 문화재의 경우도 구입 지원을 늘리는 등 앞으로 더 많은 문화재를 구입,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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