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지역 종손들이 말하는 고충

“고택같이 크고 오래된 집은 여기저기 손이 참 많이 갑니다. 그런데 정작 사시는 분들은 연세가 높은 어르신이 태반이고, 후손들은 이곳에 들어와서 살려고 하지 않아요. 사명감만 갖고 집을 지키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충남 지역의 고택에서 사는 몇몇 후손들은 선조의 업적을 잇기 위해 스스로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후손들이 긍지를 갖고 고택에 살면서 선조의 업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이나 지자체 등에서 대를 이어 살게 해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후손인 우리도 힘든데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이라면 집을 경매에 더 쉽게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무리 어렵더라도 조상 대대로 내려온 고택을 담보로 잡는 등 경제적인 논리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지자체에서 개인 빚을 갚아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충남 지역의 고택은 종손 등 후손이 물려받아 살고있는 곳이 점차 사라지고, 아무도 살지않은 빈집도 늘고있는 추세다.

대를 이어 집을 지켜온 아버지와 함께 충남 홍성의 한 고택에서 사는 K씨는 “1년이면 문화재 관련 학자나 관광객 등 2000-3000여 명이 수시로 고택을 찾아오기 때문에 마음 편히 집을 비울 수 없다”며 “선조의 얼이 서려 있는 집을 후대까지 전하려고 꼼꼼히 손본다”고 말했다. K씨는 그렇게 애정을 갖고 고택을 지켜오고 있지만, 대를 이어 이곳에 살 사람이 없다면 매매를 하거나 빈집으로 남겨둬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늘 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고택이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손을 쓸 수 없다고 하면 제2의 이순신 고택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고택을 관리하거나 후손이 사는 고택 등에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방안 등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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