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 며느리, 담보로 얻은 빚 감당 못해

오는 30일 경매 위기에 처한 현충사 경내에 있는 이순신 장군 고택. 이 충무공은 이 고택에서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살았었다. 충무공 후손들은 이곳에서 매년 충무공 기사제(음력 11월 19일)와 상주방씨(이 충무공의 부인)의 기사제(음력 2월16일)를 올리고 있다.
오는 30일 경매 위기에 처한 현충사 경내에 있는 이순신 장군 고택. 이 충무공은 이 고택에서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살았었다. 충무공 후손들은 이곳에서 매년 충무공 기사제(음력 11월 19일)와 상주방씨(이 충무공의 부인)의 기사제(음력 2월16일)를 올리고 있다.
[아산]사적 154호로 지정된 현충사 경내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 고택과 10만㎡ 규모의 문화재 보호구역 내 토지가 법원 경매로 나와 이 충무공 탄신 463주년(4월 28일)을 앞두고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따르면 현충사 경내의 문화재로 지정된 이 충무공 유허(遺墟) 3건과 문화재 보호구역 내 임야와 농지 4건 등 모두 7건 9만8597㎡에 대해 오는 30일 오전 10시 제2호 법정에서 1차 경매가 실시된다는 것.

총 경매 가격은 19억6000만 원이며 경매 청구권자는 김 모(70) 씨, 청구금액은 7억 원이다.

법원은 유찰이 계속될 경우 오는 5월 4일 2차 경매를 진행하고, 6월 8일 3차, 7월 13일 4차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문화재 재산의 사유화에 따른 관리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법원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이 충무공 유허는 이 충무공이 소년시절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살았던 고택 부지(종갓집)와 이 충무공의 아들인 이 면의 묘와 장인, 장모 묘소가 포함돼 있다.

또 이순신 장군이 성장하면서 활쏘기와 말타기 등 무예를 연마하던 아산 백암리 방화산(芳華山) 일대 임야 수만 ㎡도 함께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법원은 다만 토지를 제외한 이 충무공 유허의 고택과 임야의 60년 생 소나무 3869그루, 공작물, 묘소 등은 현충사에서 관리하고 있음을 명시해 이 부분들은 경매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일부가 사유재산으로 돼 있는 이 충무공 관련 문화재 시설은 매입이 가능하지만 낙찰을 받더라도 변형이 어려워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충무공 유허와 후손의 토지가 경매 물건으로 나온 것은 이 충무공 15대 후손 종부(宗婦)인 최 모 씨가 8년 전 남편 이 모 씨가 사망한 뒤 종갓집 재산을 담보로 얻은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충무공 종갓집 재산은 장손인 이씨가 사망한 뒤 종부인 최씨 소유로 넘어가면서 재산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충무공 후손들에 따르면 종부가 사업을 벌이면서 종갓집 재산을 담보로 설정한 뒤 수십억 원의 빚을 얻었으나 사업 실패와 채무 문제로 이 충무공 유허와 종갓집 토지가 경매에 넘겨졌다는 것.

덕수이씨 종친회 관계자는 “국난극복을 위해 몸을 바치셨던 선조와 국민들께 부끄럽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채무 관계가 있는 물건에 대해 응찰할 수는 없는데다 현재로서는 매입 예산도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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