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만해도 두꺼운 겨울코트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쌀쌀했던 날씨가 최근 며칠째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이상기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겨울 한껏 움츠러들었던 몸이 벌써 봄이 가까워 온 것을 아는지 부쩍 신선한 야채 생각이 절실하다. ‘오늘은 뭔가 색다른 걸 먹어야겠다’ 마음을 먹고 나서보지만 늘 그곳이 그곳. 이럴 땐 늘 푸릇푸릇 봄기운 가득한 계룡산 동학사 입구에 위치한 ‘부잣집쌈밥’을 찾아보자.

이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케일, 근대, 잎당귀, 향채, 신선초 등 30여 가지 넘는 쌈채소. 비타민, 미네랄, 효소 등 영양분이 풍부한 살아있는 생명에너지. 또 주인 안주성씨가 공주 의당면에서 직접 친환경 유기농 공법으로 재배한다니 겨울을 지내면서 부족했던 영양소를 재충전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이다.

‘쌈밥정식’은 이런 쌈채소의 신선함을 식사로 즐길 수 있다. 상큼함과 고소함, 매콤함이 한데 어우러져 미각을 절로 자극한다. 우선 완두콩과 넝쿨콩이 들어간 영양 돌솥밥에 오리와 돼지훈재, 가시오가피순 나물, 도라지 무침, 도토리묵, 무말랭이, 계란찜 등 푸짐하면서도 먹음직스러운 상차림엔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고향의 맛, 어릴 적 어머니의 손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또 전북 김제에서 직접 담근 된장에 이집만의 특별양념과 싱싱한 우렁을 곁들인 쌈장은 이집만의 자랑. 싱그러움이 듬뿍 담긴 상추에 잎당귀 한잎 올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술 떠서 오리훈재 한점, 우렁쌈장을 척 발라 한입에 쏙 넣으면 새콤쌉쌀한 맛과 알싸한 향이 그대로 느껴진다. 먹을수록 부드럽고 담백함 속에 생야채의 신선한 맛과 향, 그리고 그 안에서 어울려 씹히는 고기가 은은하고 색다른 맛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먹는다기보다는 음미하고 감상한다는 표현이 더 나을 듯. ‘생식의 즐거움이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해준다.

이집이 자랑하는 또 다른 메뉴 매생이 전골은 주인 안주성씨가 통영에서 직접 공수해와 등산객들의 건강식으로 개발한 특별메뉴. 매생이는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초록색 해초로, 철분이 많으며 숙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굴, 주꾸미, 오징어, 새우, 바지락, 팽이버섯, 새송이 등을 푸짐하게 넣은 매생이 전골은 느끼하지 않으면서 입 안에 살짝 달라붙는 담백한 맛을 유감없이 선사한다. 먹고 나서도 개운함이 혀끝에 감돌며 바다의 신선한 향이 산뜻하게 풍겨난다. 등산 후 온가족 영양식으로 안성맞춤.

이집의 마지막 숨겨진 맛의 매력은 바로 참숯 직화구이 ‘생삼겹살’. 일단 고기를 굽기 시작하면서부터 코끝을 스치는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냄새가 뭔가 예사롭지 않은 예감을 전해준다. 노릇노릇 잘 익은 삼겹살을 입에 넣으면 순간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온몸에 전율이 타고 흐르는듯 하다. 와인이니 허브니 전혀 다른 숙성과정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정말 연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가득 배어있다.

익기가 무섭게 젓가락이 저절로 가기 시작하는데 먹어도 먹어도 느끼하거나 물리지 않는다. 단연 ‘삼겹살의 최고봉’.

▲쌈밥정식(1人) 1만원 ▲매생이 전골 中2만원 大 3만원 ▲생삼겹(180g) 9000원 ▲한우모듬(150g) 2만3000원 ☎042(825)1718. <글 조남형· 사진 신호철 기자> 160석, 전용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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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자랑

“항상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항상 신선하고 정갈한 손맛이 살아있는 음식을 제공하기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 운영 22년 경력의 ‘부잣집 쌈밥’ 안주성 사장은 고춧가루, 된장 등 모든 음식재료를 직접 담그고 재배해 사용하는 등 무엇보다 손님을 위한 정성어린 음식 만들기를 철칙으로 삼아 화학조미료를 사용한 인위적인 맛을 배제한 자연 그대로의 맛을 내기위해 천연양념만을 고집한다. 또 그는 방송통신대 농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학구파이기도 하다. ‘부잣집 쌈밥’은 아마도 행복을 나눠주는 집인 듯싶다. 음식을 먹는 손님들 얼굴마다 기쁨으로 화사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에 행복한 기운을 담기 때문일까. 단순히 끼니를 위한 식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내 몸과 마음을 위한 건강한 식사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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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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