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에서 에이즈에 걸린 전 모씨가 수십 명의 여성과 무차별 성 접촉을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03년 6월 신병훈련소에서 에이즈 판정을 받은 전씨는 감염사실을 속인 채 성관계를 할 때마다 의도적으로 콘돔조차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성관계를 가졌다고 다 감염되는 것은 아니지만 2차, 3차 감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에이즈 감염자 관리가 이렇게까지 허술한지 국가 질병관리대책의 허점을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에이즈 환자관리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보건당국에 있다. 인권차원에서 환자 감시와 격리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감염자가 무차별 성접촉을 해 불안과 공포가 조성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사안이다. 문제는 이번 ‘제천사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3년 진도에서 30대 여성 에이즈 환자가, 2006년에는 20대 남성 에이즈 환자가 성 관계를 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었다. 이들 모두 에이즈 감염에 대한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삭히지 못한 나머지 이 같은 황당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우리의 에이즈 관리가 외국보다 엄격하다고 강조해 왔지만, 진모씨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제천시 보건소는 2006년 이후 2년간 전화 상담만 했을 뿐 정기·수시검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당국의 관리시스템이 허술해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에이즈 안전지대는 아니다. 감염자가 적은 편이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2008년 1월부터 9월까지 발견된 에이즈 감염자는 586명이나 된다. 누적 감염자는 총 5741명이고 이 중 1017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처음 누적 사망자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감염자가 적다고 더 이상 가볍게 관리할 질병이 아니다.

당국은 에이즈 감염자 관리에 더 철저해야 한다. 사생활 또는 인권침해를 이유로 관리와 예방 홍보에 소홀했다면 위험한 발상이다. 에이즈의 심각성을 알리고 감염자 스스로 치료나 확산방지에 협조하도록 여건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 첫 단추가 환자를 돌보고 수용할 요양시설을 늘리고, 절망의 늪에 빠진 환자에 대한 일반의 관심과 배려다. 진모씨는 사건을 에이즈 확산방지의 타산지석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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