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한자어휘 한국식 용례 풀이… 지적 문화유산 일궈

2009-03-11기사 편집 2009-03-10 06:00:00

대전일보 > 사회 >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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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대사전’ 편찬 장충식 단국대 명예총장 인터뷰

편찬에 들어간 지 30년 만인 2008년 말에 출간돼 세상을 놀라게 했던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

16권 전질을 펴내는데 들어간 사업비만도 310억 원에 연인원 20여만 명이 투입된 세계 최대 규모의 한자사전인데다, 인문학 투자가 빈약한 현실에서 정부기관이 아닌 사립대가 혼자 힘으로 일궈낸 대역사여서 국내외 학계의 놀라움이 크다.

학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인내, 열정이 일궈낸 이 학술적 대역사를 이끈 장충식 단국대 명예총장(77)은 30대 중반의 나이인 1967년 단국대 총장에 취임하면서 사전편찬에 나서기 시작했다.

1970년 편찬을 맡을 동양학연구소를 설립한 뒤 초대 연구소장으로 국어학자 일석 이희승(1896-1989)선생을 영입했다. 공식 편찬 사업에 들어간 건 1978년 6월.

1950년대 말 고려대 대학원에서 동양사를 공부하던 시절, 일본의 모로하시 사전(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말고는 참조할 사전이 없다는 것을 보고 결심한 대사전편찬이라는 필생의 과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한국의 전문가나 연구자들도 이 사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장 명예총장은 “대한화사전은 일본식 뜻풀이여서 일본어를 중역해야 했고, 한자 어휘의 한국식 용례나 풀이가 없거나 중국 원전과 다른 해석을 내놓아 한국 연구자들이 사용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일본에 한자를 전한 우리가 일본 한자사전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수치심마저 느껴 사전편찬을 결심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말했다. 사전의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이고 대중화를 꾀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전문사전 후속편찬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장 명예총장은 “한한대사전이 한국의 지적 문화유산으로 영원히 살아있으려면 국가와 사회가 함께 가꾸고 보듬어야 한다”며 지적소유권을 공유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사전 대중화가 매우 중요한데, 한한대사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후속작업이 요구되나.

▲16권 전질을 다 구입해서 보기엔 힘이 들것이다. 한한대사전의 방대한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온라인 검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5년에서 7년이 걸리는 작업이다.

또 이 사전을 기초로 해서 쓰임새를 분야별, 성질별로 나눠 정리한 전문사전도 편찬돼야 한다.

사전이 살아 있으려면 끊임없는 업데이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 의미다.

-후속사업으로 전문사전을 편찬하겠다고 하셨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 노력이 들어가는 방대한 작업이지 않는가.

▲한한대사전은 원전에서 드러난 모든 어휘를 각 쓰임새별로 샅샅이 찾아 풀이하는 백과사전식 편집을 표준으로 삼았다. 인명, 지명, 제도 명, 관직 및 의학, 건축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한자 어휘를 수록하고 있어 원전해석에 매우 유용하게 편찬됐다. 사전이라기보다는 백과사전에 가깝다.

기존 사전은 부수별 한자 어휘의 뜻을 풀이하는 자전(字典)이나 옥편으로서의 기능에 머물러 있었다.

정치, 경제, 종교, 천문, 풍속, 의학, 동식물 등 분야별 전문사전을 새로 편찬할 것이다. 한한대사전이 튼튼하게 살아있으려면 수많은 가지를 쳐야한다.

분야별 전문기관 등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 물론 판권을 공유할 수도 있다.

빠르면 내년쯤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올해는 어느 분야부터 시작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편찬을 위한 여건조성에 힘을 쏟겠다. 분야별 전문 사전이 편찬되면 연구자와 학생들, 국민들이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립대학이 편찬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대역사였다. 30년 동안 20만 명이 투입됐고, 사업비만도 수백억 원이 들어갔다. 지적소유권을 공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중국 한어대사전은 상해시와 중국 5개 성(省)정부가 힘을 합쳐 15년 만에 완간됐고, 대만의 중문대사전도 정부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주축이 돼 착수 10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한한대사전은 수록된 한자와 어휘수가 절대적으로 앞선다. 1996년에 완간된 ‘한국한자어사전’에도 한국에서만 쓰는 고유한자와 어휘 8만4000단어가 수록돼 있다. 이를 합치면 앞으로도 중국이나 일본이 감히 따라오기 힘든 방대한 규모의 한자 전문사전을 갖게 된다. 한국이 한자문화 콘텐츠의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끊임없이 재탄생돼야 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240년 동안 쉼 없이 개정, 증보되지 않았나. 이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지적소유권은 분야별 전문사전에 한해서 공유할 수 있다.

신용과 보급능력, 재정적 뒷받침이 가능한 기관이나 기업, 국가라면 지적소유권을 공유할 수 있다. 물론 감수 권한은 대학이 가져야 한다.

-한한대사전을 탄생시킨 동양학연구소의 활동영역을 일본으로까지 넓힌다고 들었다.

▲동양학 연구소는 그동안 한한대사전 편찬에 온 힘을 쏟아왔다. 후속편찬 사업의 중심에도 설 것이다.

동양학연구소는 한국학을 중심으로 한 동양학을 연구하고 그 성과를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동서양에 널리 알리는 중심핵이 돼야한다.

최근에 일본에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동경분소를 뒀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한일교류사를 비롯해 일본과 한국사를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민족감정을 내세우지 않고 문헌적 고증을 바탕으로 사실에 근거한 연구를 펼칠 것이며 이런 연구 성과들을 적극 알려낼 것이다. 중국학자들도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또 동양학연구소를 통해 일본사를 연구하는 한국연구자들을 길러낼 것이다. 역사왜곡을 바로잡고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형성하는 길이다.

올해부터 일본에서 본격적인 연구활동이 펼쳐질 텐데, 한일 양국의 관심이 필요하다. 뜻있는 후원자들도 함께하길 바란다.

-한한대사전과 같은 사업은 국가적 사업이다. 바람이 있다면

▲사전은 한 나라 문화유산의 바로미터다. 처음엔 일부 재단이사들과 교수들이 사전 편찬 예산이 있으면 실험기자재라도 한 대 더 들여놓자며 반대가 심했다. 오랜 세월동안 참고 믿으면서 기다려준 재단과 교수진,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들께 감사드린다.

아시다시피 이렇게 방대한 규모의 대사전편찬은 이웃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대학이나 민간기관이 맡아할 사업이 아니었다. 시작할 때 만해도 15년 일정에 30억 예산을 예상했는데, 그 두 배의 세월에 열배 이상의 예산이 들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30년 세월은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이다. 선조가 남긴 한문문헌에서 쓰인 한자 용례들을 지속적으로 보충해야 되고 사전활용의 대중화도 서둘러야 한다. 이제부터야말로 국민과 정부, 기업 등 범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다. 우리나라의 소중한 지적자산인데, 다함께 소중히 가꾸지 않으면 살아있는 유산이 되지 못한다. 국가적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힘을 모아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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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 길

▲1932년 중국 톈진 출생 ▲1955년 서울대 사범대 역사과 수료 ▲1957년 단국대 정치과 졸업 ▲1960년 고려대 대학원 사학과 석사 ▲1964년 미국 브릭함영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1967-1993년 단국대 총장 ▲1984-1989년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스포츠과학학술대회 조직위원장 ▲1986년, 1989년 남북체육회담 한국대표 ▲1990 북경아시안게임 한국 단장 ▲ 1996-2004 학교법인 단국대학 이사장 ▲1996년 올림픽 훈장 ▲2000년 대한적십자사 총재 ▲2003-2004년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2003-2004년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 ▲2004-현재 범은장학재단 이사장 ▲2008년-현재 단국대 명예총장

◇저서

‘십팔사략’(1969), ‘세계문화사’(1975), ‘위대한 유산을 위하여’(1974), ‘그래도 강물은 흐른다’(2003)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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