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 어느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기관이 있다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일 것이다.

침목 균열로 불거진 경부고속철도(KTX) 사업에 대해 갖가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생하고 있을 시설공단에 연민은 느껴지지 않는다.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갖가지 의혹과 부실시공, 진정성 없는 해명에 배신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건의 시작부터가 황당하다. 초고속 KTX의 무게를 지탱하는 콘크리트가 열차가 달리기도 전 수백여 곳에서 균열이 났다니…. 그것도 매립전에 물의 흡수를 막을 방수재 대신 흡수재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국책사업에 대한 공단의 시공 감리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안전불감증은 도를 넘어선다. 논란이 불거지기 전, 시설공단은 금정터널 인근에서 균열이 발생해 상부가 무너져 내리는데도 임시조치만 한채 언론에 홍보하며 관통식을 감행했다. 행사도중 정전이 발생했던 것은 대형논란을 예견하는 하늘의 경고였을지도….

하지만 이토록 온국민을 실망시켰는데도 시설공단의 진심어린 반성은 없다.

취재기자에게 “바쁘다”, “그 내용은 모른다”, “그 사업은 코레일 담당”이라며 해명을 기피했고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조차 정당화를 위해 탈락 제품 가격을 부풀리는 등 거짓 발표를 했다.

아직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골프 접대와 향응 및 성접대, 이를 수사하는 천안경찰서에 고위층 압력으로 수사를 중단케하는 등 공단의 비리의혹은 긴 철길따라 이어지고 있다.

진정, 수많은 인명피해가 현실로 드러나야 진심어린 반성을 하고 깨끗한 공기업으로 태어날 것인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지금, 시설공단은 선로를 탈선한 철도처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시설공단을 비롯 2곳의 청년인턴제에 합격했다는 졸업생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시설공단이 월급은 많이 주는데요 가지 않을래요. 비리 의혹이 많은 곳에서 배울것이 없단 생각을 했거든요.”

천지아<취재1부 정책기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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