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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명화(名畵) 같은 정치 못하나

2009-02-26기사 편집 2009-02-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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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명화 같은 예술정치 원해 뭉크 ‘절규’ 이미지 씻어내길

‘명화(名畵)는 맛있는 그림이다.’

일본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가 내린 정의다. 명화는 진미(眞味)를 좇는 관람자의 혀에 늘 맛있는 신호를 보낸다고도 했다. 유명 미술관 명화 앞에 관람객이 늘 북적이는 것도 명화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한 탓이다. 명화의 맛은 담백하다. 조미를 하지 않아 질리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은 순한 맛이다. 맛도 있지만, 눈을 즐겁게 하고 그 느낌으로 가슴이 상쾌하다.

명화의 척도는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모네의 ‘인상-해돋이’, 세잔의 ‘만종’이 맛있는 그림의 범주에 넣는 것을 주저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옛 그림 중에는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가 이 축에 포함되는 명화다.

명화 앞에 서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고 묘한 희열과 전율이 느껴진다. 그림에 문외한이라도 감흥은 매한가지다. 미술관에 가면 누구나 명화의 아름다움과 경외감을 음미하기 위해 해설을 꼼꼼하게 챙겨 읽고 모든 그림을 눈에 오래도록 담아 두려는 욕심에 한참씩 응시하곤 한다.

하지만, 명화라고 다 맛있는 그림은 아니다. 명화라는 선입감 때문에 좋아 보일 수도 있고, 또 혐오감과 괴기스런 느낌이 드는 그림도 있다. 물론 의도된 면이 강하지만 불안과 공포감을 주는 명화도 있다. 뭉크의 ‘절규’와 루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등이 그렇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모네에서 고흐로, 피카소에서 데미안 허스트로 명화의 선택과 기준은 늘 가변적이다.

국민은 정치도 명화 같기를 바란다. 감탄사가 나오고 감동을 주는 예술정치를 희망한다. 미술관에 들어가 빠른 걸음으로 그림을 훑어보다가 좋아 보이는 그림이 나오면 바로 멈춰 선다. 좋은 그림이 많을수록 멈춰 서는 시간이 길어진다. 우리 정치 현실은 그림처럼 관람객이 오래 머물러서 볼 주제가 흔치 않다. 감동이 없고 무미건조한 그림처럼 질 낮은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정치도 맛이 없으면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식상함을 더 못 견뎌 한다. 무관심은 다반사고 취향에 맞지 않는 그림처럼 혐오감까지 표출한다. 그렇다고 정치가 관람객(국민)을 탓해선 안 된다.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 여야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 모든 정치 지도자는 국민에게 반드시 맛있는 그림을 그려 줘야 할 무한 책임을 지는 화가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취임 1년을 뒤돌아보면 국민에게 맛있는 명화는 한 점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조각 파문으로 시작된 소통 부재,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당·정 간 정책 혼선, 미국발(發) 금융위기 때는 위기대처능력까지 미숙해 국민을 실망시켰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등의 책임을 이명박 정부로 다 돌릴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자유로울 수도 없다. 경제적 고통이 갈수록 고되고 삶이 팍팍해지면 백성의 나라 탓은 예부터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던가.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더니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미디어 법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여야 정치권도 비난의 대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 1년을 그림으로 평가한다면 ‘맛있는 그림’은 절대 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설사 1년간의 업적을 ‘명화’라고 우긴다면 절망과 혼돈, 불안한 이미지를 가득 담고 있는 뭉크의 ‘절규’와 같은 그림으로 평가될 것이다. 뭉크에게는 실례되는 일이지만….

집권 1년을 보면 집권 2년차부터는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도 확연히 드러난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큰 정치를 펼쳐야 한다. 어깃장만 놓는 야당을 끌어안고 국민과 소통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 그 동력으로 경기침체의 터널을 헤쳐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미사일 발사 강행으로 냉각국면인 남북관계도 이명박 정부가 풀어내야 할 숙제다. 설득과 통합, 소통의 리더십으로 곳곳에 가로놓인 걸림돌을 하나하나 걷어낸다면 집권 2년의 평가는 국민이 정말 맛있어 하는 명화가 되고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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