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균 신임 조달청장 인터뷰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운 이 때, 최전방에서 기업들과 함께 아픔을 공유하며 조달업무를 추진할 수 있게돼 큰 사명감을 느낀다. 앞으로 열심히 뛰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하겠다.”

지난 17일 정부대전청사 조달청장실에서 만난 권태균 신임청장의 의지는 다부졌다. 지난달 23일 제27대 조달청장으로 업무를 시작한 그에게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도전’이었다.

권 청장은 “지난 외환위기 때 IMF협상, 외채협상 등을 했던 경험을 살려 경기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중소기업을 돕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2009 조달행정을 밝혔다.<대담=구재숙 취재1부 부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그동안 재경부 국제금융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금융통’으로 알려져 있다. 조달청 수장이 된 소감은?

▲정책을 입안하는 곳에서 집행하는 자리에 오니 현장의 긴박감을 느낀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 이 때 조달청장이 된 것에 대해 큰 사명감을 느낀다. 지난 IMF때 외환위기팀 외채과장을 하며 많은 일을했고 보람도 느꼈다. 경기침체로 정부에서 조기집행에 적극나서고 있는데 조기집행 최전방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 조달청장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

-대전에서의 근무가 한 달이 되어가는 데 어떤가. 대전 충청지역과 연고가 있다고 들었다.

▲대전은 낯설지 않은 곳이다. 초등학교 들어가기전 약 2년간 대전에 거주했었다. 취임하고 옛집에도 찾아가봤다. 선화동 중앙초등학교 정문앞 일본식 집이 바로 내가 살던 곳이다. 세월이 지나 많이 변했는데 정원에 있던 큰 나무가 그대로 있어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또 아버지가 태어나 자란 곳이 충남 부여이고 아버지께서 대전지방검찰청 등에서 활동하셨다.

-지난해 본격화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올 한해는 경제 회복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나라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조달청의 정책 방향은.

▲재정 조기 집행을 최일선에서 선도하고, 공공조달을 통한 중소기업과 지역기업 지원, 입찰·계약제도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조달청이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다. 재정 조기집행의 경우 조달사업의 70%에 해당하는 20조8000억원을 상반기 중에 계약 체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계약 소요일수를 최대한 단축하고, 조기발주 유도를 위한 공공기관 발주지원팀을 가동중이다.

-경제난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상당하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심각한데 중소기업제품의 공공구매 확대 등 조달청의 2009년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책이 궁금하다.

▲조달청은 중소기업들의 안정적 생산활동을 위해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 확대방안’을 마련했다. 중소기업의 유동성 지원, 영세·소기업의 공공시장 참여확대, 적정한 납품단가 반영 등 5개 분야 43개 추진과제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주요 추진사항으로는 대지급(수요기관의 대금을 우선지급) 규모 확대, 시설자재 분리 발주 확대(12개→38개품), 중소기업에 지급할 선금을 수요 기관으로부터 먼저받는 선금선납제도 등이 있다.

-중소기업들의 또 다른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자금 유동성 문제다. 조달청이 최근 직접 대금을 지급하는 ‘대지급 제도’의 확대 방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다양한 중소기업 자금부담 완화 대책을 설명해달라.

▲현행 일부 품목에 한하여 조달청이 납품대금을 우선 지급하는 것을 모든 단가계약 품목으로 확대하고 대금청구를 받는 즉시(4시간 이내) 납품업체에 물품대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또 조달청과 체결한 계약서만으로 은행대출이 가능하도록 협약은행 확대 및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과 MOU를 체결하고 있다.

-올해 시행될 중소기업 지원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창업기업이나 영세 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공공조달시장에 진출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에대한 대책은 강구하고 있는가.

▲작년 11월부터 고시금액미만(2억원) 물품입찰에는 대기업 참여를 배제해 중소기업간 경쟁입찰로 전환했다. 또 중소기업간 경쟁 입찰에 있어 기존의 신용평가를 직접 생산증명 확인만으로 대체, 창업·영세 소기업의 조달시장 진입의 폭을 넓혔다.

-조달청이 가구류등 중소 영세기업들의 어려움을 덜기위해 불합격 납품업체에 거래정지 기간을 대폭 축소하고 제재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각종 제재 완화 조치가 자칫 품질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경제침체로 대부분의 영세기업의 경영난이 심각하다. 이에 조달청은 각종 검사 불합격시 거래정지기간이 길어 경영 애로를 호소하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 규제조건을 대폭 완화해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품질저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구류는 조달청 품질관리 대상물품으로 사전검사, 납품검사, 사후검사 등 3단계의 검사절차를 거치고 있다. 전 과정에 합격한 제품만 신뢰성을 인정받아 쇼핑몰에 등재된다. 또 수시로 기동점검을 실시, 납품건에 대한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고있다.

-중소기업인들의 안정적 경영지원을 위해서는 적정한 납품단가가 중요하다. 지난해에도 많은 업계가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상승분을 조달청에 납품단가에 즉각 반영해주고 구매단가를 현실화해 줄 것을 요청한(아스콘업계 파동 등) 바 있다. 이 같은 원자재 급등락에 대비한 대책은 무엇인가.

▲신속한 가격조사와 계약금액 조정을 위해 단가계약 기간을 현재 1년에서 6개월 또는 3개월로 신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원자재가격 급등락 등 불가피한 경우 가격조사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관련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증액 조정된 품목(20개 품목 126건)을 중점으로 가격조사를 실시해 필요시 수정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조달청이 기존의 조달 업무 뿐 아니라 국유재산 관리기능도 갖게 되었다. 기능이 강화되었는데 자세한 내용을 소개해 달라.

▲국유재산법시행령이 개정돼 조달청이 국유재산관리 상황의 정기점검과 감사지원 업무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올해는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는 첫 해로 조달청의 역할이 커졌다. 단순히 기획재정부의 업무를 일부 맡아서 하는 역할이 아닌 발전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조달청의 명칭 변경이 난항을 겪고 있다. ‘조달’이 일본식 이름이고 또 현 조달청이 하는 업무를 포괄하지 못한다 해서 지난해 ‘재정관리청’으로의 변경을 추진했으나 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해 원점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명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금 조달청 명칭 변경이 급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 얘기했듯 올해 조달청은 새로운 업무를 맡아 안정적으로 기능을 수행하고 그 역할을 확실하게 정립해야한다. 이때문에 새로운 기능을 조달청에 잘 안착시킨 뒤 명칭 변경은 단계적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기능 확보를 먼저한 뒤 ‘조달’이라는 고유의 기능과 새로운 재정관리 기능을 복합할 수 있는 명칭을 공모 등을 통해 찾을 생각이다.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 전자조달 시스템 국제표준화 등 조달업무의 국제화 노력도 시급할 것 같다.

▲그동안 나라장터 글로벌 브랜드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에 300만불 상당의 전자조달시스템 시범사업이 지난 1월 착수했으며 코스타리카와도 오는 3월 1000만불 상당의 나라장터 전자조달시스템 수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전자조달 우수성을 알리고 국제화하기 위해 오는 6월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중앙 조달기구가 있는 나라들로 구성된 ‘다자간 공동협력위원회’를 창설해 국제기구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달청의 국제화는 2010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국제공공조달회의(IPPC)’에서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2010 IPPC’ 개최 의미와 기대효과는 무엇일까.

▲미국과 유렵을 포함 전세계 50여 개국 공공조달 분야 인사들이 참석하는 ‘국제공공조달회의(IPPC)’를 2010년에는 국내에서 개최하게 됐다. 지난 8월 미국과 이태리와의 경합 끝에 한국 유치에 성공하게 됐는데 이 대회를 통해 한국의 중앙조달과 전자조달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조달청이 지난달 개청 60주년을 맞았다. 마지막으로 조달청의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밝혀달라.

▲올해는 무엇보다 위기를 극복하는 데 조달청이 최전방에서 힘을 모으겠다. 친환경 녹색 성장을 이끌수 있도록 ‘그린 조달’ 구현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조달청에 직접와서 느낀것은 조달청의 기능과 전자조달 시스템 등이 세계에서 으뜸이라는 것이다. 아직 국민들에게 그리고 세계에 홍보가 잘되지 않았을 뿐이다. 올해는 이러한 역할들을 잘 알리고 홍보해 한국 조달청의 기능을 재정립하고,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 <정리 천지아·사진 빈운용 기자>

◇권태균 조달청장은?

전북 전주 출신인 권 청장은 서울대 경영학를 석사졸업한 뒤, 미국 버지니아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중앙대 국제대학원 국제학 박사를 마쳤다. 제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그동안 재경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재경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달 22일 제27대 조달청장으로 발탁됐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