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과정이 정성 그 자체…혼 담아내야 비로소 완성”

열아홉 살에 시작해 30년 넘게 ‘전통악기 만들기’라는 외길을 걸어온 대전시무형문화재 제18호인 악기장 (樂器匠) 표태선(49·사진) 씨는 “혼을 불어넣고 자식을 대하듯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야 비로소 전통악기가 태어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전통악기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단순했다. 우연히 앞집에서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에 반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악기를 배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작정 빈손으로 서울로 올라가 주린 배를 움켜쥐면서 전통 악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

1985년 대전에 정착한 표 씨는 명인국악기를 운영하면서 대전·충남에서는 유일하게 전통 현악기의 맥을 잇고 있다. 그의 작업장은 대전지역 음악인과 국악인은 물론 멀리 타지역에서도 전통 현악기를 보기 위해 줄을 잇는다.

그는 대표적으로 가야금은 물론 거문고, 아쟁, 해금, 양금, 철가야금 등 현악기는 모두 만든다. 더불어 지금은 연주되지 않는 와공후, 소공후 등도 재현해 놓았다.

“길게는 100년이 넘는 오동나무를 사용해 만드는 가야금은 혼을 불어넣고 정성을 들여야지만 심금을 울리는 높고 깊은 소리가 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리가 탁해져요. 전통 현악기를 만드는 것에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내 손으로 만든 가야금에서 형형할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는데 매료돼 그만둘 수 없었지요.”

현악기는 다른 국악기들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특히 그의 가야금이 탄생하는 과정은 길고도 복잡하다. 오동나무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 2-3년간의 자연 건조, 인두질, 다양한 장식과 마지막으로 여러줄의 명주실을 꼬아서 현을 걸고 음을 맞추면 비로소 공정이 마무리된다.

표 씨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악기를 만드는 것이고, 나무에게는 또 다른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이기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며 “좋은 나무를 고르는 것 못지않게 세상 하나밖에 없는 가야금에서 최고의 소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수십 년을 사용해도 소리와 모양이 변치 않는다는 칭찬을 들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늘 넉넉하지 못하면서 수십 년 동안 한눈 팔지 않고 우리 악기를 만드는 것은 사명감 때문”이라며 “좋은 악기를 만들려는 일념으로 작업에 몰입하다보면 즐거움과 보람도 커 일상의 어려움은 잊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악기의 맥을 잊기 위해 제자를 키우고 더 많은 작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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