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의 寶庫’ 또 한번 풍요·번성의 무대 꿈꾼다

조선후기부터 근대까지 상업의 중심지였던 강경의 1920년대 시가지 전경. 시가지 너머로 강경포구가 자리한 금강이 위치해 있다.
조선후기부터 근대까지 상업의 중심지였던 강경의 1920년대 시가지 전경. 시가지 너머로 강경포구가 자리한 금강이 위치해 있다.
충청인의 젖줄, 금강은 풍요의 강이다. 천리 물길을 따라 분지와 평야를 펼쳐내고 이는 마을과 도읍이 형성되는 기반이자 상업과 산업이 융성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이었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삶의 터전이 되고 물산(物産)의 보고(寶庫)를 이뤄왔다. 내륙부터 서해로 이어지는 물줄기를 따라 수운(水運)이 발달해 고대로부터 소통와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사상과 문화, 기술과 물자가 융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가 창조됐다.

금강은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의 주요 터전이었다. 산과 강, 바다가 만나는 유역을 중심으로 문명이 태동하고 번성했다. 구석기와 신석기, 청동기시대에 이르는 금강유역의 다양한 유적은 금강이 최적의 생활 조건을 제공했음을 입증하는 역사적 지표다. 원시적 농업이 시작되고 주변지역간의 교류가 금강 본류와 수 십여개의 지류를 따라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금강이 산업의 중심지로서 역사의 주무대로 등장한 것은 고대이다. 삼국시대 이전, 충남지역에만 15개 정도의 마한 소국이 있었던 추정되는데 이중 상당수가 금강 유역을 근거지로 삼아 왕성한 생산활동을 전개했다. 웅진과 사비 백제시대에는 금강 중류부의 호서평야와 남쪽으로 펼쳐진 호남평야 등의 경제적 기반을 바탕으로 찬란한 문물을 꽃피웠다. 금강은 특히 중국의 문물을 받아 들이고 이를 재창조한 뒤 신라와 일본, 가야 등으로 전파했던, 해상왕국이자 교류왕국인 백제의 전략적 거점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고려시대에도 금강은 당시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로 떠오르며 공주, 청주 등에 목(牧)이 설치됐기도 했다. 전북 옥구군 북안의 금강하구였던 임피의 진성창에 조창이 설치되는 등 수로 교통을 활용한 조운제도(漕運制度)의 주요 근거지였다. 조선시대에도 아산의 공세곶창과 덕성창(전북 용안)을 통해 금강유역의 조세가 수납됐다.

조선후기에들어 금강유역은 상업의 중심지로 부상한다. 공주, 강경, 청주 등은 전국적인 상업도시로 명성을 날렸고 임천장과 대흥장, 홍산장, 홍주장, 익산장, 한산장, 서천장 등의 장시(場市)를 통해 내륙의 물산과 해안의 해산물 등이 충청도, 전라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유통됐다. 이 가운데 강경포구는 상품 유통의 중심지로서 미곡과, 면포, 마포, 어염, 수공업 제품 등이 유입된 뒤 전국 각지로 분배됐다.

그러나 근·현대에 들어 도로 및 철도 교통의 발달은 산업적 측면에서 금강의 위상이 다소 약화되는 배경이 됐다. 이후 금강유역의 주요 지역별로 농업지대와 상업지대, 산업지대 등으로 분화가 이뤄져 왔다.

최근 금강권역의 산업구조는 수 천년간 경제와 교류의 중심지였던 금강의 위상을 되돌아 보게 한다. 지난 2004년 기준, 금강권역 충남 7개 시·군의 총 사업체는3만8697개로 충남 전체 사업체의 31.3%를 차지하고 있다. 금강권역 7개 시·군이 충남 전체 면적의 45.3%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 낙후지역으로 꼽히고 배경이다. 산업별 비중은 1차 산업이 48.1%, 2차 산업이 22.5%, 3차 산업이 29.0%로 2, 3차 산업이 비중이 낮다. 산업단지는 10여개의 지방산업단지와 30여개의 농공단지가 있고 최근 들어 신규 산업단지 조성이 점차 활기를 보이고 있다.

금강권역의 가장 큰 매력은 풍부한 관광자원이다. 4개의 국·도립 공원과 6개의 자연휴양림이 금강권역에 위치해 있고 총 565점(2006년 기준)의 지정문화재가 보존, 관리되고 있다. 또 8개의 관광지가 지정돼 있고 최근 공주의 고마나루 관광지, 부여의 백제역사재현단지, 서천의 국립생태원 등 새로운 관광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금강권역은 1차 산업 위주의 산업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고도화와 다원화가 과제이고 알악한 산업 입지 환경도 개선돼야 한다. 역사·문화·관광자원의 활용도 미흡하다. 금강권역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특화사업과 기간산업의 육성도 요구된다. 금강 살리기의 대역사를 앞두고 금강을 다시 경제, 산업의 중심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지혜와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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