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원 KBS 대전방송총국장

“KBS대전방송총국을 역사 다큐멘터리의 메카로 만들겠습니다.”, “방송국의 시설을 시민에게 개방해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올 초에 취임한 이승원 KBS대전방송총국장은 1979년 입사해 30년간 PD로 일하면서 주로 사회고발성 프로그램에 매달렸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백제역사를 TV를 통해 재조명하는 꿈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의 방송에 대한 가치관과 향후 제작방향을 들어봤다.

-대전·충남 근무는 처음인데, 소감은.

▲입사해서 첫 근무지가 청주방송총국이었는데 방송생활을 마무리할 시기에 다시 충청도로 발령받아 감회가 남다르다. 당시 개국요원으로 1년간 생활했는데도 인상이 깊어 ‘그랴’, ‘그런겨’ 같은 충청도 말투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충청도에 기여하라는 뜻으로 알고 충실히 일하겠다. 대전지역 언론의 역할이 다른 지역보다 중요하다. 정부청사가 있고 아직까지 훼손되지 않은 자연과 백제의 유구한 역사가 있다. 중앙정부와 중앙언론까지 영향을 미치는 뉴스를 제작하고 지역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 제작과 자연,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에 중점을 두겠다.

-지역언론이 중앙정부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은.

▲대전은 정부청사가 있어 정부의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중앙언론보다 심층적인 뉴스 제작을 통해 우리가 중앙언론의 방향을 제시하겠다. 현재까지 KBS 지방총국 가운데 대전총국의 중앙뉴스 참여율이 전국 1위지만, 여기서 벗어나 중앙의 언론이 우리의 뉴스를 받아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겠다.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지만 부임 기간 동안 충분히 할 수 있다. 많은 뉴스를 생산하고 질을 높이면 지역 방송사만의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다. KBS 뿐 아니라 대전·충남의 모든 언론이 힘을 모아야 할 문제라고 본다.

-역사와 자연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계획은.

▲충남은 백제의 역사가 남아있는 소중한 지역이다. 부임하면서 사내에 PD와 기자들로 구성된 백제문화연구회를 만들었다. KBS가 ‘백제문화제’ 주간방송사인데 대전총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내야 한다. ‘역사추적’ 프로그램을 통해 5회 분량의 백제역사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송할 계획이다. 아직은 중앙의 PD와 협업해야 하고 장비도 빌려와야 하지만 대전총국을 전국 유일의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센터로 만들 계획이다. 반면 환경은 인간의 기본적인 명제다. 충남은 환경의 보고가 많다. 더 늦기 전에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찾아내고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제시하겠다. 시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알찬 내용으로 만들 계획이다. ‘환경스페셜’을 통해 충남의 자연을 적극 알리겠다.

-프로그램 전면 개편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본사가 제작하는 프로그램과 비슷한 성격은 모두 폐지하겠다. 지역민이 원하는 방송을 만들어야지 서울과 비슷한 프로그램만 양산해서는 안된다. 기관단체장은 물론 시민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다. 지역에 도움이 되는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만이 지역 방송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IPTV가 상용화 된다고 해도 질 높은 프로그램은 생존한다.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제작에 집중하고 좋은 영상을 만들어 학교에 공급하고 영상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수준까지 높이겠다.

-대전총국의 시설과 문화자원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하셨는데.

▲교향악단이나 국악악단, 작은 밴드와 같은 문화자원이 있다. 예산 범위내에서 적극 활용해 모든 지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중 순회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개홀이나 모든 시설도 견학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 회의를 해도 좋고, 공연을 해도 좋다. 지역민이 주인이 돼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시군마다 지역시청자포럼을 구성해 여론을 수렴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겠다. 대전총국이 지역민을 도울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먼저 다가서겠다.

-30년간 방송에 몸담으시면서 보람이나 아쉬웠던 순간은.

▲방송에 입문한 계기가 역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어서 였는데 1999년 ‘역사스페셜’ CP로 1년간 부임한 것 말고는 기회가 없었다. 그 점이 가장 아쉽지만 15년간 고발 프로그램을 맡은 보람은 있다. 88서울올림픽 개최 전에 우리나라 음식점 환경문제가 가장 큰 화두였다. 당시 모든 음식점의 주방은 폐쇄돼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러운 것을 모르는 수준이었다. 6년간 프로그램에 몰두하면서 주방을 지금처럼 개방하고 음식문화를 한단계 끌어올렸다. PD가 카메라에 노출돼 현장에서 앞장서 문제를 파헤치는 것도 이때부터 정형화됐다.

-시청자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 KBS의 프로그램을 많이 사랑해 주길 바란다. 어설픈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겠다. 지역에 꼭 필요한 양질의 프로그램만 제공하면서 시청자에게 먼저 다가서는 방송을 만들겠다. 실용적인 방송을 제작하겠다. 많은 관심과 협조 부탁드린다. <글 송영훈·사진 빈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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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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