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탑 보수 과정서 확인… 505점 보물 출토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가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 보수정비를 위해 해체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사리장엄. 사리장엄은 백제 왕실의 안녕을 위해 조성한 것이다. 사리장엄의 핵심으로 사리공 중앙에 있던 금제사리호(왼쪽)는 높이 13㎝, 어깨 폭 7.7㎝의 작은 병 형식이며 보주형(寶柱形) 뚜껑을 덮었는데 X선으로 내부를 투시한 결과 내외함(內外函)의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하였다. <사진=문화제청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가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 보수정비를 위해 해체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사리장엄. 사리장엄은 백제 왕실의 안녕을 위해 조성한 것이다. 사리장엄의 핵심으로 사리공 중앙에 있던 금제사리호(왼쪽)는 높이 13㎝, 어깨 폭 7.7㎝의 작은 병 형식이며 보주형(寶柱形) 뚜껑을 덮었는데 X선으로 내부를 투시한 결과 내외함(內外函)의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하였다. <사진=문화제청 제공>
백제문화의 정수이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석탑인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미륵사의 정확한 창건 시기와 내력을 밝혀주는 금제 사리기가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전북 익산시 왕궁면 미륵사지에서 유물 공개 설명회를 갖고 미륵사지 석탑을 보수 정비하기 위해 해체하는 과정에서 지난 14일 금제 사리기 등 국보급 유물 505점을 수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로써 미륵사의 정확한 창건연대는 서기 639년(무왕 재위 40년)이며, 백제 무왕의 왕후가 왕실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재물을 희사해 가람을 창건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무왕과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善花)공주가 함께 미륵사를 중건했다고 알려진 삼국사기 설화와는 달리 실제로 왕비는 백제 최고의 관직인 좌평(佐平)의 딸이라는 구절이 사찰의 창건연대를 알려주는 사리봉안기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사리공(舍利孔) 남측 벽면에 비스듬히 올려져 있던 금제 사리봉안기에 따르면 ‘백제 왕후가 좌평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따님으로 지극히 오랜 세월에 선인(善因)을 심어’라는 구절이 나와 무왕의 왕비는 선화공주가 아니라 좌평 사택적덕의 딸일 가능성이 커졌다.

사리봉안기에는 또 중국에서 쓰는 용어였던 ‘대왕 폐하(大王陛下)’라는 호칭을 사용한 기록이 나와 있어, 그 당시 무왕이 주변국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전제 왕권을 확고히 한 시기였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 이번에 발견된 사리장엄구(사리함과 사리병을 비롯해 사리를 봉안하는 일체의 장치)는 지난해 부여 왕흥사지 목탑터에서 출토된 창왕시대 사리장엄구에 이어 백제시대 사리장엄구 중 두 번째로 발견됐으며, 백제 금속 공예 기술이 돋보이는 금제 사리호(舍利壺)가 주목받고 있다.

사리공 중앙에서 발견된 금제 사리호는 높이 13㎝, 어깨 폭 7.7㎝의 작은 병 형식이며 보주형(寶柱形) 뚜껑을 덮었다. 사리호는 X선 내부 투시 결과 내함(內函)과 외함(外函)의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동체를 상하로 각각 나누어 제작해 내부에 소형 사리병을 안치한 후 조립할 수 있도록 한 이중 구조가 백제의 독특하면서 한층 발전한 사리양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발굴을 통해 미륵사의 창건 목적과 시주(施主), 석탑의 건립 연대 등이 정확하게 드러났다”며 “문헌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이 시대 백제의 서체(書體)를 연구하는 데도 커다란 획을 긋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지금까지 500여 점의 국보급 유물이 한꺼번에 출토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번 발견은 무령왕릉 및 백제금동대향로 이래 백제지역 최대의 고고학적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백제 금속 공예의 세련된 기술을 살피고 백제 문화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발굴로 기록될 것이며 백제문화 연구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구조 안전상의 문제로 1층 초석 상면까지 해체 진행했고 이번 발견은 지난 14일 1층 심주석에서 발견됐으며 조성 당시 표시한 먹줄이 발견되기도 했다”며 “발견된 유물들이 국보급인 만큼 유물의 보존처리와 문헌분석 등을 체계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익산 미륵사지=김효숙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