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인 섬세한 정신세계 반영

백제 시대 공예의 정수가 오롯이 담긴 찬란한 금빛의 사리호(舍利壺)가 연꽃이 활짝 핀 모습으로 1300여년만에 발견됐다.

백제 시대 사리장엄구는 지난해 부여 왕흥사지 목탑 터에서 출토된 창왕시대 사리장엄구에 이어 두 번째 발견으로 기록됐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금제 사리호는 표면에 새겨진 다양한 문양과 수준 높은 세공 기술로 당시 백제 금속공예가 활짝 꽃을 피운 시기였음을 입증한다.

지난해 발굴된 왕흥사지 출토 사리장엄구와 비교해 백제시대 사리장엄구의 계통을 잇고 있지만 한층 격이 높고 화려하며 섬세한 세공기술과 백제인의 정신 세계가 반영된 것으로 관련 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춘실 충북대 미술고고사학과 교수는 “왕흥사지에서 출토된 사리호와 비교해 봤을 때 금속 공예 기술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문양이라든지 양식이 격이 한층 더 높다고 할 수 있다”며 “백제 시대의 최첨단 공예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수작”이라고 평했다.

금제 사리호는 넓적한 구연(口緣) 위로 보주형 꼭지가 달린 뚜껑과 긴목, 둥근 어깨를 지닌 동체가 힘차고 당당한 감을 주고 뚜껑에는 부소산성에서 발견된 부처님 광배와 유사한 연꽃잎이 섬세하게 표현됐다. 동체는 인동(긴 타원형의 식물 무늬)과 당초(덩굴 무늬)를 배열하고 공간에는 연주문(연속점무늬)이 빼곡히 장식됐다.

특히 사리호를 상하로 각각 나눠 제작해 내부에 소형 사리병을 안치한 후 조립해 완성될 수 있도록 한 이중구조가 특징이다. <전북 익산 미륵사지=김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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