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구조조정 0순위 윤리특위 절반 민간인으로

‘완소남’도 예비군 복장만 하면 영화 ‘두 얼굴의 사나이’에 출연한 ‘루 페리노’가 된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에 노상 방뇨도 거침이 없다. 수치심과 창피스러움은 ‘개구리복’을 입기 전 장롱에 빼놓고 나온 양 안하무인이다. 완장도 예비군복과 동급이다. 용해 빠진 사람도 완장만 차면 180도 변한다. 차는 순간 군림하려 들고 거들먹거리는 게 가관이다. 완장의 힘을 빌려 폭력은 다반사고, 주위의 눈총에도 제 할 짓은 다 한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예비군복을 입은 사람과 완장 찬 사람의 공통점은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점이다.

폭력과 활극을 시리즈로 보여준 여야 국회의원들의 일탈이 천상 예비군복에 완장까지 찬 사람의 행동이다. 금배지를 예비군복이나 완장의 대용품쯤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한심스럽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유권자들한테 그렇게 고분고분하고 찍어만 주면 무한 봉사를 하겠다던 맹약은 헌신짝처럼 버렸다. 해머· 전기톱 들고 국회 문 부수기, 분말소화기 뿌리기, 멱살잡이, 주먹으로 탁자 내려치기는 성에 안 차는지 아예 그 위에 올라가 널뛰기 퍼포먼스까지 연출한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후에는 여야가 편을 갈라 서로 네 탓 공방만 펼친다. 국회는 더 이상 민의의 전당도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도 아니다. 모리배나 조폭들의 세계처럼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다.

폭력놀이가 심드렁해졌는지 아니면 싸움질에 지쳤는지 임시회를 열어 놓고 여야 의원들이 언제 멱살잡이를 했느냐는 듯이 사이좋게 관광성 외유를 했다. 따듯한 동남아로 골프놀이를 가고, 남미, 유럽의 좋다는 곳으로 눈 호강시키러 간 것이다. 관광성 외유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국회의원은 휴가도 못 가느냐”며 적반하장이다. 기업은 줄도산, 근로자는 실직대기,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 등 국가 경제가 풍전등화인데 뻔뻔함과 몰염치가 낮게 잡아도 ‘9단’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참다못한 국민은 ‘당장 그 입 닥치지 못할까’하고 일갈을 하면서 기업구조조정에 앞서 국회부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폭력 빼고 뭘 했다고 휴가 얘기할 염치가 있느냐는 쓴소리다.

의원 개개인은 모두 출중하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여의도만 가면 수준 이하의 행동을 하니 참 이상스럽다. 여당이 야당 되고, 야당이 여당 돼도 국회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냥 뒀다간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은 글피가 되는 마냥 그 타령의 국회가 될 것은 너무도 뻔하다. 의사당 내 폭력은 외부로부터 개혁의 메스를 들이댈 때가 됐다는 징후다.

우선 15명의 현역의원으로 구성된 국회 윤리특위부터 바꿔야 한다. 15-17대까지 12년간 윤리특위에 올라온 94건 중 한 건도 제재결정을 내린 바가 없다. 가재가 게 편 노릇만 하는, 있으나 마나 한 기구였다. 특위위원의 절반 이상을 민간인으로 바꾸는 제도개선을 통해 폭력 의원부터 솎아내야 한다. 윤리특위 기능회복과 함께 국민소환제도 적극 검토해 유권자의 매서운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회의 품격을 실추시키거나 자질이 부족한 의원들을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직접 선별해 추방하자는 것이다. 폭력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떨어뜨리는 낙선 운동을 벌여 국민을 우습게 본 대가도 반드시 치르도록 해야 한다.

완장에 예비군복 입고 못된 짓, 무례한 짓만 하는 모리배와 금배지 달고 국회에서 폭력과 드잡이로 국제적 망신을 부르는 국회의원은 동급이다. 완장 차고 힘없는 사람 앞에서 거들먹거리면서 폭력을 행사한다면 완장은 곧 흉기이다. 금배지 달고 말끝마다 ‘국민’ 운운하며 신성한 의사당에서 폭력을 휘둘러 ‘식물국회’를 만들고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면 금배지와 완장은 다를 바가 없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의회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면 윤리특위든 국민소환제든 제대로 된 폭력추방 장치가 필요하다. 더 늦으면 의회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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