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짭조름 흰살의 유혹

“이게 안동간고등어대이(다).한번 무(먹어) 봐라.참말로 맛있데이...”

외환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연쇄부도가 나고 수백만 실업자가 봇물처럼 거리에 쏟아졌던 지난 1998년 겨울, 류영동(47)씨는 지인으로부터 짭잘한 간고등어를 선물받았다.

왕소금이 잔뜩 묻은 간고등어 두 손(4마리)을 받은 그는 바로 안동간고등어의 감칠맛에 반했고 서민대표 생선으로만 생각했던 고등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같은 맛을 살려낸 마지막 간잽이 이동삼(65) 명인을 만나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안동간고등어’를 출범시켰다.

탄생한 지 10년, 이제 안동간고등어는 설 명절 가장 각광 받는 선물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바다도 없는 내륙 안동에서 출발해 경제난국의 어려움을 뚫고 연매출 200억원대의 특산물로 성장하는 데는 안동간고등어만의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고등어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낸 다음 소금간을 해 숙성시켜 비닐포장하는 간고등어 생산과정은 누구나 손쉽게 흉내낼 수 있다.하지만 원료 구입부터 시작되는 깐깐한 선별 기준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법.

40년 경력의 간잽이 이동삼 명인은 바로 어느 바다에서 잡힌 고등어인지에 따라 선도와 육질은 물론이고 가격까지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통통하고 선도가 좋은 제주 바다에서 난 고등어만을 고집스레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성장 비결은 경영방법에서 온다.

이동삼씨는 생산에만 주력하고 유통과 판매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한편 주문이 늘면 생산을 늘이고 주문이 줄면 생산도 줄여 생산계획을 단순화해 군살을 뺏다.

내륙에 위치해 더 많은 물류비를 물면서도 바닷가 수산업체와 당당히 가격경쟁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안동간고등어의 성공은 ‘간고등어 전성시대’를 열었다. 안동지역에만 17개, 전국에 60여곳의 간고등어업체가 생겼다.

전망도 밝다.지난해 말 한국생산성본부가 평가한 안동간고등어의 브랜드 가치는 113억원, 단일 특산품으로는 국내 최고 기록이다.

오상일(62) 안동간고등어협회장은 “간고등어만큼은 수입 생선에 비해 절대 우위에 있다고 자신한다. 올해부터는 높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전국브랜드 생선과 함께우리생선·우리바다 지키기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백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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