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맥·성품 알릴 문화콘텐츠 개발 시급

남간정사, 우암문화재, 우암 송시열 선생
남간정사, 우암문화재, 우암 송시열 선생
지난해 우암 송시열 탄신 400주년을 기념해 우암문화제가 대규모로 확대돼 열리면서 대전 시민에게 송시열 선생이 대전을 대표하는 거유(巨儒)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게 된 계기가 됐다. 또 지난해 우암 종가에서 국립청주박물관에 문중의 여러 전래품 등 90여점의 유물을 기탁했고, 또 얼마전 송시열 선생 후손들은 충남대학교에 송자대전(宋子大全) 등 고서 1250점을 위탁해 체계적인 연구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우암 송시열 선생에 대한 학계와 시민들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정기적인 학술회의 개최, 우암문화제 확대시행 등 보다 심화된 연구와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암 연구의 걸림돌

퇴계 이황, 율곡 이이, 남명 조식 등 우암 송시열 선생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다른 유학자들에 비해 우암에 관한 연구는 미미하다. 우암 연구는 지난 1세기 동안 사대주의라는 이름으로 기피대상이 되어왔다. 근본적인 이유는 식민사관에 있지만 조선 말기에 이미 내부적으로 반성의 연장선상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 붕당정치가 극한에 이르렀을 때 우암은 사약을 받고 죽음을 맞았다. 이른바 기사환국(1689년)으로 남인이 집권할 때였다. 이후 붕당정치는 파행을 거듭하면서 우암의 제자들은 스승의 죽음을 순교로 인식하고 스승의 이상을 자신들의 이상과 동일화하는 가정에서 조선후기 사회를 이끌었다. 18세기 진경문화는 바로 우암의 제자들에 의해 성취된 것. 따라서 조선후기 역사와 문화를 재평가하는 작업은 우암에 대한 재평가 작업과 맞물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암 연구가 부진했던 이유는 식민사관의 영향이다. 모든 역사를 힘의 논리 내지는 무력의 논리로 이해하는 식민사관의 눈으로 보면 북벌론은 헛된 구호로 해석되고 중화문화를 존중하려는 존주론은 사대주의로 해석됐다. 조선왕조의 기본정치 노선인 문치주의 내지 우문정치는 부국강병의 논리에 이해 약자의 항변으로 보였다. 우암이 청사진을 그린 조선후기 사회는 우스꽝스러운 문약한 사회로 여기는 의식의 틀이 생겨났던 것이다.

◇우암 연구의 과제

대전시의 대표인물인 우암 송시열 선생을 기리기 위해 추모단체인 남간사유회가 활동 중이고, 매년 우암문화제가 열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송시열 선생을 모르는 지역민들이 많다. 특히 110억원이 투입돼 지어진 우암사적공원에는 글짓기, 서예쓰기 등 체험교실이 전혀 운영되고 있지 않아 입장객 수는 점차 줄고 있다. 건물만 덜렁 세워져 있고 문화콘텐츠는 찾아볼 수 없어 시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것. 학자들은 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오는 관광객들에게 우암 송시열의 학맥과 성품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상설 프로그램을 개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암 송시열의 학문과 사상을 조명하는 다양한 학술대회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황의동 충남대 유학연구소장은 “지난해 송자탄신 400주년을 기념해 국제학술대회가 열려 심층적인 연구과제가 논의되기도 했었다”라며 “송시열 선생에 대한 학술회의가 일회성이 그치지 않고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총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교육 사업이 꾸준히 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했지만 지자체의 무관심과 턱없이 부족한 예산 등으로 유학자를 대상으로 한 전국 3대 문화제 중 가장 미미하게 치러지고 있는 우암문화제의 개선도 절실하다.

송준빈 남간사유회 도유사는 “충청을 대표할 수 있는 역사적 인물인 송시열 선생이 그동안 빛을 발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며 “대전의 대표축제라고 할 수 있는 우암문화제를 내외적으로 정비해 내년에는 확대 시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우암 탄신 400주년을 맞이해 우암 종가에서는 그 동안 학계에 공개하지 않았던 우암의 유품들을 국립청주박물관에 기탁했다. 이는 우암 연구가 한 가문의 영광의 역사에서 학계의 연구과제로 전환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우암사적공원 내 상설 문화체험 프로그램 운영, 우암문화제의 질적·양적 재정비, 정기적인 학술대회 시행 등을 통해 우암 연구가 본격화되면 그동안 평가 절하되었던 우암의 위상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효숙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