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사이의 육로통행 제한과 차단 조치에 따라 철수 대상으로 분류된 개성 상주 인력들이 지난 주말 모두 복귀했다. 2003년 6월 사업 시작 이후 5년5개월만의 일이다. 분단의 벽을 넘어 남북의 상생과 경협을 위한 교두보로 여겨졌던 개성공단 사업이 중대 기로에 놓인 것이다.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등이 문제가 돼 북측이 남북간 육로통행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촉발된 일이다.

과정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 그동안 남북이 문제 해결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서로 네 탓 공방만 하다가 결국 파국적인 사태를 막지 못했다. 유감스럽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이라는 대의 아래 삽을 떴다. 하지만 매번 남북간 정치적 마찰이 발생할 때마다 존립이 위협받아왔다.

물론 이번 조치에 개성공단은 특례적으로 빠져 당장 입주기업들이 공장가동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태의 해빙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우리 정부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구호만 제시해 놓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렇다 할 만 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무작정 ‘기다림’으로 일관해 왔다. 북측은 이를 문제삼아 대남정책을 밀어부치기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남북관계는 앞으로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치킨게임’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성공단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에서 26.2%가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포기’를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 당국은 한 발짝씩 양보해 당장 개성공단에 몸을 담고 있는 우리 기업과 북측 근로자들을 더 이상 불안케 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 우리 정부부터 파국 직전의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실질적인 상황 반전용 카드를 내놓고 움직여 보는 건 어떨까.

개성공단마저 좌초하면 2000년 6·15선언 이후 8년여 동안 급진전해 온 남북 교류사업은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취재1부 정책기관팀 노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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