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컷에 담은 구석기 문화

1차발굴을 마치고 표지석을 세운 모습
1차발굴을 마치고 표지석을 세운 모습
지금으로부터 44년 전인 1964년 어느 봄. 선사고고학 연구를 위해 서울에 온 앨버트 모어(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박사는 충남 공주군 장기면 석장리 금강 유역을 답사하다 석기를 만들기 위해 떼어낸 돌조각인 격지(박편)를 발견했다. 모어 박사는 바로 이 돌조각을 손보기 연세대학교 고고학과 교수에게 보여줬고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은 11월12일, 석장리 금강 유역에서는 대대적인 발굴이 이뤄졌다.

한국 구석기 문화 연구의 출발점이라고 일컬어지는 공주 석장리 유적의 발굴은 그렇게 시작했다. 이후 10여년 동안 십여 차례의 유적 발굴 끝에 그 곳에서는 찍개, 주먹도끼, 긁개, 새기개 등 전형적인 구석기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로써 1973년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한반도에도 구석기시대가 있었다’며 석장리 구석기문화를 소개했고, 한반도에는 구석기 문화가 없다고 주장해 왔던 일제 식민사학자들의 코도 납작하게 만들었다.

공주 석장리박물관은 개관 후 두 번째 특별기획전인 ‘사진으로 보는 석장리 유적발굴’ 이라는 전시회를 통해 발굴의 첫 삽을 뜨기 시작했을 때부터 마지막까지 한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전시는 석장리 발굴 과정의 모든 사진 기록 중 260장의 사진을 선별, 연차별로 구성했고 발굴 과정에서 유물을 찾아내던 순간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 44년 전 발굴현장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또 이번 사진전은 발굴에 뛰어든 각계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발굴대원으로 참여하는 등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기에 사진전을 둘러본 뒤 박물관 전시실에서 사진 속 유물의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석장리 박물관 관계자는 “백제의 왕도, 조선시대 행정의 중심지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공주 지역에 석장리 유적이 발견되면서 한반도에도 구석기시대가 존재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라며 “이번 전시는 한국 선사고고학의 생성과 전개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전은 내년 10월30일까지 계속된다. ☎ 041(840)2491 <김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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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식 발굴 모습(1970년대)
계단식 발굴 모습(1970년대)
2지구 발굴 전 모습
2지구 발굴 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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