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기 부양의 역사는 ‘해피 엔딩’이 없었던 것 같다. 경기 침체-경기 부양-부작용의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하지만 곧잘 경기 부양의 유혹에 빠지곤 한다. 역대 정부마다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의 봄’이 찾아왔던 1980년 우리 경제는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두환 정권에게 경기 부양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수 차례에 걸쳐 양도소득세를 내리고 민간아파트 가격의 자유화 등 건축 규제완화 대책이 잇따라 나왔다. 곧 후유증은 부메랑처럼 찾아왔다. 극심한 부동산 투기로 몸살을 앓았다.

출범 초기, 경제 개혁을 주창했던 노태우 정권도 닮은 꼴이다. 금리 인화와 통화량 확대, 여신 규제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4·4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불황의 후유증은 머지 않아 다시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김영삼 정부도 경기 부양책을 폈다. 취임 이후 경제가 밑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신경제 100일 계획’을 꺼내 들었다. 경제제도의 개혁보다는 경기 활성화에 역점을 둔 신경제 계획은 금리 인하, 재정 조기 집행, 기업 투자 유인 등이 주내용이었다. 이어 ‘신경제 5개년계획’도 실행됐다. 잠시 경기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말로는 험악했다. 외환위기라는 끔찍한 악몽이 시작됐다.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과제를 부여받은 김대중 정부는 두 개의 ‘버블 경제’를 만들어 내는 기록을 남겼다. 분양가 자율화, 분양권 전매 허용, 민영아파트 재당첨 제한기간 폐지 등 다양한 정책이 잇따라 나왔고 그 결과는 부동산 투기로 이어졌다. 게다가 신용카드 규제까지 무제한으로 풀어버린 탓에 과잉 소비가 초래됐고 이는 가계 파탄의 주범이 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건설경기 활성화와 부동산값 안정을 놓고 정책 혼선이 빚어지면서 투기 현상이 빚어졌다.

최근 정부의 경기 부양대책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경기 부양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규제완화, 재정 지출 확대, 금리 인하, 감세 정책 등의 경기부양책을 놓고 그 적절성에 대해 논란이 지속된다. 모든 정책 수단이 동원되는 듯한 모습이다. 게다가 수입물가는 껑충 뛰고 있고 소비자물가 동향도 심상치 않다.

최근에는 수도권 규제완화까지 추진되고 있다. 비수도권이 펄쩍 뛰자 지방육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한다. 지방에 대한 재정 확대든, 규제완화든,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처방이 예고되고 있다. 문제는 경기 부양의 ‘다음’이다. 과거 경기 부양의 후유증처럼, 다시 통제 불능의 사태가 초래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용<취재1부 충남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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