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토목술 우수성 드러났다…“축조법 복원 결정적 자료”

남벽 동측 문지 성토대지층 근경.
남벽 동측 문지 성토대지층 근경.
전북 익산의 왕궁리 백제시대 유적이 국가의 대규모 공력을 들여 치밀하고, 장중하게 조성한 ‘궁성’이었다는 발굴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심영섭)는 올해 전북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유적 왕궁성 남쪽과 동쪽 담 안팎 일대를 정밀 발굴조사 한 결과, 궁성을 짓기 위해 대규모로 대지를 조성한 토목공사 흔적 및 치밀하게 축조한 성벽의 흔적을 확인했으며 성벽 축조기법을 복원할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를 확보했다고 5일 밝혔다.

조사 결과 궁성 내부 남동쪽 일대에서 동서 약 120m, 남북 160m에 걸쳐 인위적으로 흙을 쌓아 대지를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흔적인 성토층(盛土層)이 드러났으며 궁성 축조 이전에는 울퉁불퉁했을 대지를 편평하게 만들기 위해 튀어나온 부분은 깎아낸 반면, 움푹 들어간 대지는 흙을 채웠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전영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왕궁성이 만들어지기 이전 지형을 파악하고 복원할 수 있게 됐으며, 공사에 동원된 인력 규모라든가 토목기술의 실체를 구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며 “성벽 조사를 통해 그 구조와 구간에 따른 축조 기법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성벽은 몸통이라 할 수 있는 체성부(體城部)를 중심으로 지하에는 폭 3m 안팎에 이르는 기초시설을 별도로 했으며, 성벽 안팎에는 폭 0.9-1m가량 되는 보도 시설을 마련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소는 이런 구조물들을 모두 합칠 때 성벽 전체 폭은 10m에 이르는 장중한 형태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익산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武王·600-641) 대에 조성된 궁성유적으로 지난 1989년부터 현재까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연차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동안의 조사에서는 대형 전각(殿閣) 건물지, 와적기단(瓦積基壇) 건물지, 대형 공동화장실, 공방 등 궁성 내부의 공간 구획 및 활용 양상을 밝혀낼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한 바 있다. <김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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