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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과 예술, 그리고 경제

2008-10-23기사 편집 2008-10-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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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호 미술투자자 수두룩 미술로 부자되는 시대 도래

미국 백만장자도 혹독한 금융시장 위기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미국을 대표하는 부호들의 재산이 주가하락으로 수십억 달러씩 감소했다. 그러나 미술에 투자한 부자들은 글로벌 미술시장의 호황으로 오히려 재산이 불었다. 행운 탓으로 돌릴 단순 사건(?)은 결코 아닌 것 같다. 유가폭등, 금융시장 위기가 몰고 온 신용경색 속에서 증명된 엄연한 사실(fact)이다.

미술투자의 위력은 포브스가 발표한 ‘2008 미국 400대 부자’ 명단(8월 29일 기준)에서도 여실히 증명이 된다. 400대 부자 중 주가폭락과 주택시장 불안으로 126명의 재산이 감소했으며 33명은 리스트 밖으로 밀려나는 불황의 쓴맛을 보았다. 반면 신규로 이름을 올린 31명 중 대부분은 미술품에 투자하거나 석유, 곡물 관련 기업의 대주주였다. 미술 투자로 돈을 번 부호는 현대미술에 1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한 의류 기업 갭(Gap) 창업자 도널드와 부인 도리스 피셔, 유명 미술품 수집가 노먼 브라만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미술 호황으로 금융위기를 비웃듯 상종가를 친 스타 작가도 있다.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BA)의 선두 주자격인 데미안 허스트(43)다. 그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작품 223점을 한꺼번에 소더비에 내놔 7050만 파운드(한화 147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그것도 월가가 금융위기로 패닉 상태로 빠져든 시점에….

외국 작가의 작품 가격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국내 미술시장에서도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는 작가층이 형성되고 있다. 국민화가 박수근의 ‘빨래터’가 국내경매사상 최고가인 45억 2000만 원에 낙찰된 것을 비롯해 20억 원 이상의 낙찰가를 보인 작품이 6점이나 됐다. 김환기, 이중섭의 작품도 10억원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미술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위상과 경제력 등을 고려할 때 절대 높지 않다고 하지만, 보통사람들이 감당하기엔 벅찬 가격임에는 틀림이 없다.

미술감상이 대중화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미술 관련 교양서 출판이 봇물을 이루고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흐, 루오, 피카소 등 유명 화가 작품전이 국내에서 자주 열리면서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그림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주말이면 대형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에는 관람 인파로 북적인다. 전시만 좋으면 서울이든 지방이든 관계없이 만원이다.

감상행렬은 우리 미술시장을 떠받치는 힘이다. 그림이 재테크 수단이 되고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되자 사람들은 그림의 경제적 가치에 흥미를 느낀다. 금융기관이 아트펀드를 판매하고, 그림 경매 시장에 ‘넥타이 족’, ‘아줌마 부대’ 등 이른바 개미군단이 형성되면서 그림시장이 코스피와 코스닥에 이은 제3의 투자시장이 될 날도 가까워진 것 같다. ‘그림=돈’이란 등식형성은 현실이 됐다. 그림 값 신기록 작성은 진행형이다. 미술의 예술성은 뒷전이고 돈으로만 인식하는 것을 우려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다. 미술 투자로 돈을 벌고, 그림 값이 아무리 비싸도 그림이 주는 매력 때문에 미술 애호층은 늘기 마련이다.

그림을 사서 부호가 되는 것은 미국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도 그림을 사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미국처럼 미술투자로 부호의 반열에 오르는 시대도 머지않았다는 징조다. 예술이 큰돈이 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 미술을 예술적 가치로만 보는 것은 전근대적 생각이다. 국제 미술시장은 유럽과 미국이 주도하고, 최근 들어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가 적어도 중국보다 먼저 미술시장을 문화산업으로 발전시켜 문화 선진국의 틀을 다져야 한다. 스위스 바젤, 미국 시카고 아트페어에 버금가는 국제 규모의 아트페어를 개최하고, 소더비와 견줄 경매회사도 만들어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키워보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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