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북부서 발해 왕성급 유적·유물 발굴

중흥했던 왕성(王城)의 모습이 담긴 발해시대의 대규모 성터가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발굴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는 16일 러시아과학원 극동지부 역사학고고학민속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9월3일부터 한달여간 연해주 중북부 지역의 평지 성곽인 콕샤로프카-1 성(城)을 발굴조사한 결과 발해시대 유적과 유물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소 관계자는 “마리야노프카 성과 함께 북쪽에 위치하는 이 성곽의 유적과 유물은 이른바 왕성에 비견될 만큼 격이 높고, 고구려시대 전통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며 “발해의 영역을 확정하고, 고구려와의 계승 문제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성벽 총길이가 1645m에 이르는 유적은 평면 타원형 형태로 전체면적이 16만㎡에 달하는 대규모 성곽이며, 현재 성 전체가 대체로 양호한 상태로 보존되고 있다.

연구소는 이 건물터가 ▲모래와 점토를 판축(켜쌓기)해 기단을 최소 1m 이상 높게 조성했고 ▲잘 다듬은 판석을 초석으로 사용한 점 ▲대규모 담장시설과 기와가 존재하는 점 등으로 볼 때 왕성급에 해당하는 발해 유적으로 이 지역의 ‘행정치소’일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건물터는 발해 수도에 소재하는 왕성인 상경성이나 서고성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이번 발굴에서는 또 중국 저장성 월주요(越州窯)라는 가마 생산기지에서 나온 9세기 무렵 해무리굽 청자가 출토돼 당시의 폭넓은 국제 교류를 알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여인들이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이 새겨진 토기편과 금 도가니 등 발해시대 이 지역의 생활문화를 살필 수 있는 다른 유물도 수습됐다.

연구소는 “이번 발굴을 통해 그간 발해 영역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고 연해주 중북부 지역을 발해 영역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를 확보했다”면서 “이번 유적발굴을 계기로 이 지역 공동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